김정남 암살사건의 용의자인 북한 국적 리정철이 석방과 함께 말레이시아에서 추방됐다.
리정철은 3일 오전 수감 중이던 말레이시아 세팡경찰서에서 풀려나 이날 오후 6시 25분(현지시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중국 베이징발 말레이시아항공 MH360편으로 출국했다. 그는 4일 베이징에서 북한 고려항공편으로 평양으로 갈 것으로 알려졌다.
리정철 출국 때 북한대사관 직원도 동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말레이시아에서 거주하던 리정철의 가족으로 보이는 40대 부인과 10대 남녀가 이날 공항에서 목격돼 함께 출국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초췌한 모습으로 방탄조끼를 입고 나타난 리정철은 호송용 경찰 세단을 타고 경찰 오토바이와 순찰차 등의 호위를 받으며 경찰서를 출발했다. 그는 출국에 앞서 말레이시아 이민국에서 최종 추방 절차를 밟았다.
리정철은 지난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피살된 것과 관련, 북한 국적 용의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검거됐다. 사건 발생 나흘 만에 붙잡혔지만 증거불충분으로 석방돼 이민법 위반 혐의로 결국 추방됐다.
모하메드 아판디 말레이시아 검찰총장은 지난 2일 “(김정남) 암살사건에서 그의 역할을 확인할 충분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며 “유효한 여행 서류가 있지 않은 그를 석방한 뒤 추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리정철이 북한으로 도주한 용의자들에게 차량을 제공하는 등 범행을 지원한 정황을 포착했지만, 물증 확보에 실패해 검찰이 기소를 포기했다. 리정철이 약학과 화학 전문가로 알려졌지만 김정남 암살에 쓰인 독극물과의 연관성도 확인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리정철이 현지 건강식품업체에 위장 취업한 점을 문제 삼아 이민법 위반 혐의를 적용, 추방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