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대형마트에 가면 ‘원플러스원(1+1)’ 행사를 본다. 해당 제품을 사려고 했거나 가격 때문에 망설였던 고객이 있다면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구매에 나설 것이다. 반값에 샀다는 뿌듯함과 함께. 그나저나 제조사는 반값에 팔아도 괜찮은 걸까. 제품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제조사가 손해를 보는 경우는 드물다. 제품가격이 1만원이고 매출원가가 2,000원, 유통마진이 4,000원이라고 해보자. 제품 하나를 팔면 4,000원의 매출이익이 나오는 구조다. 이때 원플러스원 판매는 1만원에 제품 두 개를 주는 것이므로 매출원가는 4,000원이 된다. 유통마진은 동일하고 원가만 올라갔으므로 매출이익이 4,000원에서 2,000원으로 줄어든다. 매출이익이 절반으로 줄어 손해기는 하지만 여전히 2,000원이 이익이다. 그런데 이 행사를 통해 판매량을 두 배 이상 늘릴 수 있다면 기존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게 된다.
이런 가격 구성을 묶음판매 혹은 번들링(bundling)이라고 한다. 보통 신제품 홍보 및 판촉을 위해 진행하지만 신제품 출시를 대비해 기존 재고의 빠른 소진을 위해 사용할 때도 있다. 또 잘 팔리는 초코맛 과자와 안 팔리는 양파맛 과자를 번들링해서 안 팔리는 양파맛 재고를 소진시킬 수 있다. 양파맛을 먹어본 고객들이 만족스러워하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도 있다. ‘하나 더 사면 두 번째는 반값’ 같은 경우도 있는데 이때 고객은 하나만 사면 손해인 것 같아 하나를 더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제조사는 하나를 팔면 좋고 두 개를 팔면 더 좋다. 앞에 소개된 제품의 원가 구조를 적용해보면 확실히 그렇다.
가격 정책은 기업의 이익 구조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목적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가능하다.
첫째, 더 높은 가격을 통해 이익률을 높이는 전략이다. 고객 선호 차이에 의한 경우와 추가 기능 제공을 통한 경우로 나눌 수 있다. 동일한 크기의 객실이라도 고객 선호도가 높은 바다 전망 객실을 산 전망 객실보다 높은 가격으로 책정하는 것이다. 또 동일한 크기의 객실이라도 일반 객실과 달리 가족 고객을 위한 캐릭터 테마 객실의 경우 더 높은 가격을 매길 수 있다.
둘째, 가격 할인을 통해 매출액을 높이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현재 가격에는 구매의사가 없거나 가격에 민감한 고객들의 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 할인쿠폰 제공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가격에 의한 구매장벽을 낮추거나 기존 유사 가격의 경쟁사 제품 구매고객을 새로 확보할 수 있다. 가격 민감성이 높은 고객을 찾아 개별적인 제안을 하는 게 중요한데 최근 정보기술(IT)의 발달은 이런 방식의 세분화·개인화 가능성을 계속해서 높이고 있다.
셋째, 기존 고객의 지속적인 구매를 유도하는 전략이다. 미용실에서 일정 할인율 제공을 조건으로 선구매 쿠폰을 판매한다든지 커피점에서 일정 횟수 구매 시 무료 커피를 제공하는 적립카드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실제는 각 목적에 따라 더 많은 사례가 있으니 그런 방식을 자사 제품에 적용하는 연습을 해보자. 고객이 보다 만족스러워하는 상품과 가격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sungjucho@business.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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