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의 중점에 서 있는 박 전 대통령의 혐의는 모두13개다.
지난해 하반기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이하 특수본)는 최 씨 등 관련자를 기소하면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혐의 등 박 전 대통령의 8가지 혐의를 공소장에 적시했다. 지난달 28일 수사를 마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뇌물수수를 비롯해 5개 혐의를 추가했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것은 대기업들이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에 774억원을 출연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①)다. 앞서 특수본은 이같은 행위가 직권남용, 강요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특검은 일련의 행위를 묶어서 다르게 평가했다. 삼성 계열사가 두 재단에 낸 204억원, 삼성전자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후원금 16억2,800만원 및 최순실의 독일법인 비덱스포츠(옛 코레스포츠)와 맺은 컨설팅 계약금액 213억원(지급 금액 77억 9,735만원) 등 합계 433억2,800만원(실제 수수액 298억2,535만원)을 뇌물 또는 제3자 뇌물(②)로 판단했다. 현재 검찰 지휘부는 뇌물 혐의 등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과 기업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주목하고 있다. 또 이 자금이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된 것이 아니고 최 씨 측에 전해졌다는 점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간의 공모 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주력할 전망이다.
검찰은 작년 하반기 특수본 및 최근 특검 수사에서 드러난 나머지 혐의 또한 조사한다. 특검은 정부가 이른바 ‘블랙리스트’라는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을 작성 및 실행하는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시(③)가 존재했던 것으로 봤다. 블랙리스트 정책을 실행하는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문체부 1급 공무원 3명에게 사직하도록 압박을 가한 혐의(④)도 적용됐다. 박 전 대통령은 또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승마대회 준우승에 그친 것을 계기로 실시된 체육계 감사에서 청와대 측의 뜻과 다른 보고서를 낸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을 사임하게 만든 혐의(⑤)도 받는다. 최 씨 측근인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글로벌영업2본부장이 승진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⑥)도 특검의 수사 결과 드러났다. 특수본은 박 전 대통령에게 현대차가 최순실 지인의 회사인 KD코퍼레이션과 약 11억원의 납품계약을 하고 최 씨가 세운 광고업체 플레이그라운드와 약 71억원 상당의 광고 계약을 하도록 한 혐의(⑦), 롯데 계열사가 K스포츠에 70억원을 추가 출연하라고 요구한 혐의(⑧, 송금 후 반환)가 있다고도 결론을 내렸다.
포스코 그룹이 펜싱팀을 창단하고 최 씨가 세운 더블루케이가 이 팀의 매니지먼트 업무를 맡도록 한 혐의(⑨ 실제 창단은 안됨), KT가 최 씨의 지인을 홍보담당자로 채용하고 플레이그라운드와 68억여원 상당의 광고 계약을 하게 한 혐의(⑩)도 받는다. 특수본은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장애인 펜싱팀을 창단한 뒤 더블루케이와 선수 에이전트 계약을 맺는 과정에도 박 전 대통령이 사실상 개입(⑪)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이 CJ그룹의 이미경 부회장을 퇴진시키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⑫)나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최 씨에게 정부의 기밀 문건을 유출한 혐의(⑬)와 관련해서도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존재했다고 보고 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문화융성·경제 발전을 위해 재단 설립을 지원했을 뿐 출연에 관여하지 않았다’, ‘뇌물 혐의는 완전히 엮은 것’이라며 가장 주목받는 뇌물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이 외의 혐의 역시 인정하지 않아 박 전 대통령 측과 검찰과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사 이후 검찰이 어떻게 판단을 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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