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미역을 누가 사 먹겠어요. 올해 수확은 다 끝났죠.”
세월호 인양 과정에서 유출된 기름이 동거차도 미역 양식장까지 흘러들어 주민들이 발을 구르고 있다. 주민들은 3년 전 사고 때도 미역을 전량 폐기했던 악몽을 떠올리며 깊은 시름에 빠졌다.
세월호 인양 작업 현장에서 1.2㎞가량 떨어진 동거차도 앞바다에는 70㏊ 규모의 미역 양식장이 조성돼 있다. 주민들은 24일 오전 양식장 주변에서 기름띠를 발견했다. 인양 작업에 앞서 선체에 남아 있던 기름 대부분을 제거했지만 일부 남아 있던 기름이 흘러나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경과 해양환경관리공단·상하이샐비지 등이 뒤늦게 기름 방제 작업에 나섰지만 주민들은 한 번 기름에 오염된 미역은 상품가치가 없어 판매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동거차도 주민 이옥영(51)씨는 “기름양이 (세월호 참사 당시인) 3년 전보다는 적지만 수확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지난 23일 동거차도 주민들은 세월호 본인양 결정이 발표되자 기름 유출에 대비해 어선 13척을 이끌고 기름펜스 설치 작업을 벌였다. 주민들은 3년 전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막대한 양의 기름이 양식장을 덮치면서 미역을 전량 폐기했다. 자체 복구 작업을 벌여 지난해부터 재수확을 시작했는데 올해는 인양 작업으로 수확을 미뤘다가 또 한 번 사고를 당했다.
이날 윤종문 상하이샐비지 한국대표와 해양수산부는 동거차도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기름 유출 사고에 대한 보상안 등 대책을 논의했다.
주민들은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면서도 세월호 인양에 영향을 미칠까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동거차도 어촌계장인 서명영(54)씨는 “지난번에도 보상이 제대로 안 됐다”며 “주민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인 만큼 적절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장 임옥순(54)씨는 “세월호 인양과 주민들 피해가 모두 원만하게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동거차도=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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