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연기돌’이 아닌 ‘배우’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성장했다. 아이돌 제국의아이들에서 독자적으로 훌륭하게 성장 중인 박형식은 최근까지도 초심자의 반짝이는 눈빛을 보유하고 있었다.
최근 서울경제스타와 서울 강남구 논현동 UAA 사옥에서 만난 박형식은 배우로서 새 둥지를 튼 소속사에서 활기차게 취재진을 맞았다. ‘도봉순’의 성공도 이에 큰 몫을 한 것 같았다.
“처음에는 부담을 많이 가졌는데 많은 분들께 사랑받는 작품으로 마무리돼서 기뻐요. 감독님도 많은 도움을 주셔서 부담감을 떨칠 수 있었죠. 모든 선배님들이 제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셨어요. 현장은 항상 웃음바다였죠. 감독님도 배우들을 많이 존중해주셨고 선배님들이 만든 분위기에서 같이 동화된 현장이었어요. 재미있게 그야말로 현장감 있게 촬영했네요. 체력적으로는 힘들었지만 빨리 끝내고 싶다기보다 너무 재미있었다는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박보영과 함께 메인 주연을 맡아 연기한 드라마 ‘도봉순’은 종합편성채널로서 이례적인 시청률 약 10%를 기록함과 동시에 대중에게 끊임없이 화제를 모으며 뜨거운 인기를 자랑했다. 3% 돌파 시 ‘프리허그’, ‘귀갓길 안전 지킴이’를 실천하겠다는 시청률 공약이 허무하게 이행되는 해프닝까지 낳았다.
“시청률 수치 개념을 잘 몰랐던 거죠. 첫 방 회식 때 내기를 했거든요. 다양하게 예상 수치를 꺼내다가 결국 나온 게 3%인데, 그만큼이 나오면 포상휴가를 보내 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럼 대박이구나’ 싶었는데, 첫 방부터 3.8%가 나온 거죠. 너무 깜짝 놀라서 감독님을 크게 부르면서 기뻐했어요. 그 와중에도 저희는 ‘너무 들뜨지 말고 잘 마무리하자’면서 촬영했고요.”
‘힘쎈여자 도봉순’은 선천적으로 어마무시한 괴력을 타고난 도봉순(박보영)이 세상 어디에도 본 적 없는 똘끼충만한 안민혁(박형식)과 정의감에 불타는 인국두(지수)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세 남녀의 힘겨루기 로맨스. 박형식은 주연 안민혁으로서 작품이 흥행한 이유를 분석해봤다.
“지금까지 이런 작품이 잘 없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도 대본을 보시고 ‘주성치 영화’ 같은 B급 감성을 담으려 하셨거든요. 저도 주성치 영화를 되게 좋아하는데, 그런 부분들이 절묘하게 잘 섞인 것 같아요. 이 시기에 많은 분들이 웃고 싶어 하시는 것 같은데, ‘도봉순’이 적절하게 나온 거죠. 그 안에서 선배님들의 연기 등 재미있는 요소들이 살아있었던 게 장점이었던 것 같아요.”
박형식의 말대로 ‘도봉순’은 여느 드라마와 다른 성격을 자랑했다. 작고 가냘파 보이는 여자 주인공 도봉순이 숨은 ‘괴력’으로 남자 주인공 안민혁을 보디가드 한 것. 성역할 고정관념을 탈피한 판타지 요소와 로맨스가 신선하게 어우러진 것이 장점이다.
“주성치 영화처럼 독특하려면 봉순이 캐릭터를 활용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악당이 하늘로 날아가는 장면 등으로 표현된 거죠. 이전까지 작품을 볼 때는 단면적으로 맡은 캐릭터와 스토리를 보고 상상하는 게 다였는데, ‘도봉순’은 확실히 매력적이고 전형화 되지 않은 캐릭터가 장점이더라고요. 봉순이를 보고 처음부터 ‘겁나 섹시해’라고 말하는 민혁이도 매력적으로 다가왔고요. 상대배우가 박보영 누나라는 소식에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이른바 ‘멍뭉 커플’로 불린 박형식과 박보영은 첫 만남임에도 ‘환상의 케미’로 극을 이끌어갔다. 로맨스는 무엇보다 남녀 주인공의 ‘케미’가 얼마나 잘 맞아떨어지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박형식의 꿀 떨어지는 눈빛부터 박보영과의 달달한 키스신까지 노련하고 척척 맞는 호흡에 시청자들은 이들의 케미를 절로 응원하게 됐다. 박형식, 박보영, 그리고 지수까지 모든 주연 배우들이 실제 성격과 매우 유사한 싱크로율을 가진 것이 캐릭터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예전에 보영 누나가 출연하신 영화 ‘늑대소년’에서의 연기를 보고 울었거든요. 그 때부터 ‘연기 되게 잘하신다. 같이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죠. 실제로 만나고 느낀 건, 보영 누나가 봉순이 그 자체라는 거였어요. 원래 성격인가 싶을 정도로 완전 봉순이었으니까요. 보영 누나도 저에게 ‘완전 민혁이 같다’고 했고, 지수에게는 ‘완전 국두’라고 했어요.”
“보영 누나가 ‘봉순이’가 되어주니까 저도 자연스럽게 감정에 몰입할 수 있었어요. 그 안에서 감독님이 정말 저희만의 공간과 공기를 만들어주셨어요. 그러다보니 저도 자연스럽게 몰입하고 봉순이를 사랑스럽게 쳐다볼 수 있었죠. 준비는 저 혼자서 해오지만, 결국 연기는 함께하는 거잖아요. 아직은 제가 혼자 연습하면서 상상한 장면이 그대로 그려졌으면 해서 촬영장에 가자마자 첫 대사를 바로 던졌어요. 그럼 누나가 바로 알아듣고서 대사를 맞춰줬죠.”
‘도봉순’의 재미라면, 봉순이를 사이에 둔 지수와의 삼각 로맨스도 빠질 수 없다. 박형식과 지수의 티격태격 케미가 한편으로는 풋풋한 청춘의 일부분이기도 해 ‘브로맨스’로 보이기도 했다. 실제 촬영장에서는 더욱 끈끈한 우정과 애정(?)을 자랑했다고.
“지수가 생각보다 굉장히 애교도 많고 귀여워요. 형인 저한테 잘 해주는 게 너무 고마웠어요. 지수가 ‘형’ 부르면서 윙크하면 저도 윙크해주고, 농담도 많이 했어요. 여자 배우와 농담하는 것과 남자 배우간의 농담이 또 다르더라고요. 지수와 짓궂은 장난도 많이 쳤죠. 극 중에서는 국두와 민혁이가 같이 붙는 신이 많이 없어서 아쉬웠어요. 그래도 끝나고 ‘고생 했어’라면서 서로 칭찬해주고 그랬어요.”
지수 못지않게 박형식도 현장에서 붙임성이 남달랐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극 중 연쇄납치범 역할을 맡았던 장미관이 ‘앞뒤로 허그를 그렇게 많이 하고 살갑게 굴었다’고 증언한 게 대표적 일례다. “원래 제 성격이 그래요. 스킨십도 잘 하고 좋아한다는 표현을 잘 해요. 이번에 촬영이 모두 끝나고서 다 같이 허그를 하는데 스태프 중 한 분이 ‘너무 즐거웠고 행복했다. 사랑한다’고 해주시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니 너무 행복했어요.”
특히 이번 작품을 통해 박형식이 깨달은 바가 하나 있다. 현장에 대한 참여 비중과 스태프와의 애정도가 비례하는 관계다. 이러한 효과로, 20일 인도네시아 발리로 포상휴가를 떠나기 전 150~160명 배우·스태프와의 여행 동행에 설레는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동시에 ‘도봉순’ 촬영 현장에서의 돈독한 팀워크를 되새겼다.
“현장에 있는 시간만큼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예전에 작은 역할일 때는 잠깐 현장에 가서 조용히 있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계속 촬영장에 나가고 아침부터 밤까지 함께 하면서 스태프분들과 얘기도 많이 하게 됐어요. 유대관계가 더 생긴 거죠. 현장에 갈 때마다 배우는 게 많았어요. ‘오늘은 뭔가 새로운 게 있을까’ 기대감을 가지고 현장에 갔죠. 모든 선배님들의 연기를 보면서 같이 호흡 맞추는 게 재미있었어요. 첫 주연작이다 보니 저 스스로에게도 부담감이 컸거든요. 근데 다 같이 덜어주셔서 많이 행복했어요. 보영 누나가 부담감에 제 낯빛이 어두운 걸 보고 ‘왜 그걸(부담감을) 너 혼자 안고가려 하니’라면서 다독여주셨어요. 나만 잘 하면 되겠다 생각했죠.(웃음)”
2011년 뮤지컬 ‘늑대의 유혹’에서 처음 연기를 접한 후 드라마 ‘바보엄마’(2012), ‘나인 : 아홉 번의 시간여행’(2013)에서의 조연, ‘상속자들’(2013)부터 ‘가족끼리 왜 이래’(2014), ‘상류사회’(2015), ‘화랑’(2016), 그리고 ‘힘쎈여자 도봉순’까지 주연으로 차근차근 연기 경력을 쌓아왔다. 2010년 아이돌 제국의아이들로 데뷔해 본격 연기자로서의 길을 택한 지금, 딱 시기적절하게 작품이 호평 받았다. 최근 송혜교와 유아인이 몸담은 소속사 UAA와 전속계약을 체결한 박형식은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스타’로 업계와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도봉순’이 성공을 거둔 게 기쁘기도 하면서 확실히 부담도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사실 자신감이 많이 없었는데 주변 선배님들이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라고 독려해주신 게 많은 힘과 용기가 됐어요. 연기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대본을 읽으면서 혼자 상상하거든요. 그걸 다시 직접 표현하는 부분에서 재미를 느껴요. 어려운 점이 있으면 고민도 하고 그런 과정에서 내가 살아있다는 걸 느껴요. 제 삶에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이제 새롭게 연기자로서 시작하는 시점인데, 앞으로 찾아뵐 작품을 선택하고 연기할 때 더욱 신중해지겠더라고요.”
“소속사를 옮기고서 유아인 선배님과는 광고 촬영장에서 처음 뵀어요. 첫 만남을 스케줄로 만나서 어색하기도 했는데, 형이 ‘우리 첫 만남이 이래서 간지럽지?’라고 하시더라고요. ‘신고식 해야지’라고 농담하셨는데 빨리 함께 자리를 가지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베테랑 연기도 따라 해 본 존경하는 선배예요. 같은 소속사 식구가 돼서 기뻐요. 앞으로의 행보에 형이 많이 응원 해주시면 좋겠어요.”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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