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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구멍 같은 공시에 죽음으로 내몰리는 청년들

응시생 2.8%만이 합격 … 낙방 뒤 스트레스·우울증 시달려

"'내몰리는 자살'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

지난 8일 치러진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시험에 17만2,000여 명이 응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35대 1의 높은 경쟁률 속에 공무원 되는 영광을 안는 응시생은 고작 4,910명이다./연합뉴스




공무원 시험에 낙방한 공시생들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세간의 안타까움을 샀다.

지난 24일 오후 5시께 청주시 흥덕구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옥산휴게소 화장실에서 A(25)씨가 목을 맨 것을 그의 어머니가 발견했다.

서울에서 3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A씨는 이날 어머니 승용차를 타고 고향인 경북 구미로 가던 중이었다.

A씨의 어머니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온 아들이 힘들어하는 것 같아 집으로 데려가 쉬게 하려고 함께 내려가던 중 휴게소에 들렀는데 화장실에 가더니 한참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A씨는 지난달 18일 치러진 2017년도 제1차 경찰 공무원(순경) 채용 필기시험에서 떨어진 뒤 낙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공무원 필기시험의 합격자 발표가 있었던 지난달 23일 서울 마포구 공원에서는 B(32)씨가 나무에 목을 맨 것을 산책 중이던 시민이 발견했다.

함께 발견된 B씨의 가방에서는 경찰 공무원 시험 문제집과 유서가 적힌 수첩이 있었다.

유서에는 “부모님께 죄송하다. 더는 살아갈 힘이 없다. 계속된 실패로 절망을 느낀다” 등의 내용이 적혔다.

지난 3월 20일에는 전북 전주의 한 고시원에서 공시생 C(30)씨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고시원 관리인이 발견했다.

C씨의 휴대전화에는 발송되지 않은 “엄마 미안해”라는 문자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C씨는 이 고시원에서 1∼2년 동안 수험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C씨가 수험생활이 길어져 심리적 압박을 느낀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치러진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시험에 17만 2,000여 명이 응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35대 1의 높은 경쟁률 속에 공무원 되는 응시생은 4,910명에 불과하다.

응시생의 2.8%만이 합격의 영광을 안는 셈이다. 97%의 공시생은 기약 없이 내년 시험을 기다려야 한다.

시험에 낙방한 공시생들은 심한 스트레스와 정신적 압박에 시달린다.

노량진 고시촌에서 비좁은 공간에서 수년째 공무원 준비를 하는 취업준비생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층 공시생은 25만 7,000명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자신의 상태를 적극적으로 알려서 관심과 배려를 받을 수 있도록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홍창형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오랜 수험 생활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면서 “증세가 심할 때는 정신건강의학과 병·의원을 찾아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스스로 자신과 가족의 정신건강을 지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개인의 문제로 접근하기보다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내몰리는 자살’을 막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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