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골프 세계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28·북아일랜드)가 골프인생 2막을 연다. 매킬로이는 12일(이하 한국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 스타디움 코스(파72·7,189야드)에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매킬로이가 투어 대회에 나서는 것은 지난달 초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이후 한 달 만이다. 그는 그 사이 ‘품절남’이 됐고 골프 장비를 전격 교체했다. 개인과 선수로서 새로운 출발선에 선 것이다.
지난달 22일 약혼녀 에리카 스톨과 결혼식을 올린 ‘새신랑’ 매킬로이는 10일 테일러메이드와 초대형 용품계약을 체결했다. 골프클럽과 볼·골프백을 사용하기로 한 이번 계약의 자세한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10년간 1억달러(약 1,132억원)에 달하는 규모라고 AFP통신은 전망했다. 그는 지난 2013년 용품사용 계약을 맺은 나이키가 지난해 8월 골프클럽과 볼 생산을 중단하기로 한 후 새로 사용할 장비를 테스트해왔다. 이번 대회부터 테일러메이드의 올뉴 M2 드라이버와 페어웨이우드, 프로토타입의 아이언, TP5x 볼을 쓸 예정인 매킬로이는 이 업체의 스파이더 퍼터도 시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류와 신발은 계속 나이키 제품을 사용한다. 지난달 초 나이키와 연장한 계약은 10년간 2억달러 규모로 알려졌다.
이날 대회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매킬로이는 “지난 2~3주 동안의 일을 통해 모든 게 매우 안정됐다”면서 “이제 내 삶에 의문부호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골프코스 안팎의 모든 측면에서 올바른 위치에 있는 느낌이며 이는 내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상상하고 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어 세계랭킹 1위 복귀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2015년 9월 이후 ‘넘버원’ 자리에서 밀려난 매킬로이(8.58점)는 현재 1위 더스틴 존슨(미국·13.29점)에 랭킹포인트 5점 가까이 뒤져 있다. 지난해 가을 플레이오프에서 2승을 올리고 페덱스컵 우승을 차지하며 재도약에 들어갔으나 올해 초 갈비뼈에 금이 가는 뜻밖의 부상으로 두 달 넘게 클럽을 놓아야 했고 그동안 존슨은 승승장구했다. 매킬로이는 부상 복귀 후 멕시코 챔피언십 공동 7위,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 공동 4위, 마스터스 공동 7위를 기록하며 1위 추격의 시동을 걸었다.
우승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이번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총출동한다. 세계 1위 존슨, 2위 매킬로이, 3위 제이슨 데이(호주)가 스트로크플레이 대회에서 함께 대결하기는 올 들어 처음이다. 지난주 웰스파고 챔피언십 공동 2위로 네 개 대회 연속 우승은 불발됐지만 존슨은 이번에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다. 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적은 없지만 이제 과거의 존슨이 아니다. 데이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한 디펜딩 챔피언이지만 다만 1974년 첫 대회 이후 아무도 2년 연속 우승을 이루지 못했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매킬로이와 존슨은 1·2라운드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세계 4위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5위 조던 스피스(미국), 마스터스에서 메이저 우승의 한을 푼 6위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등도 우승 후보로 손색이 없다. 한국 선수로는 2011년 이 대회에서 우승한 최경주(47·SK텔레콤)를 비롯해 노승열·강성훈·김시우가 출전한다. 연못 속에 섬처럼 자리 잡은 그린으로 악명 높은 17번홀(파3)에서 얼마나 많은 선수들이 탄식을 할 것인지도 이 대회의 관전포인트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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