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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데이터로 보는 나이팅게일

성대규 보험개발원장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크림전쟁 시기에 최초의 근대적 간호부대를 모집하고 터키에 있는 영국군 야전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통해 수많은 생명을 살렸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나이팅게일은 ‘백의의 천사, 광명의 천사’ 간호사로서 헌신적으로 환자를 간호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녀는 간호사보다는 병사들의 사망원인 대부분이 총상이 아니라 야전병원의 비위생적이고 체계적이지 못한 의료서비스에 따른 전염병 때문이라는 것을 분석한 통계전문가였다.

나이팅게일은 위생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데이터의 수집과 정보전달 방법을 연구했다. 환자의 상처와 원인, 치료과정, 사망원인 등을 기록한 세계 최초의 의무기록표를 만들어 체계적으로 자료를 수집·관리했다. 아울러 사망자 수와 사망원인을 통계적으로 정리한 정보를 장미 다이어그램으로 불리는 그림을 통해 시각적으로 전달함으로써 자료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통계자료는 병원 위생상태의 취약성을 알렸고 병원 환경이 개선돼 부상병의 사망률이 42%에서 2.2%까지 하락하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었다.

통계학(statistics)의 어원 ‘status’는 국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가를 경영하기 위해 통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통계는 나이팅게일의 사례처럼 사회의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암 퇴치를 위한 국가적 노력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암환자 발생률은 10만명당 289명으로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가 ‘암’이었다. 정부는 암 통계를 바탕으로 암 퇴치가 국민 건강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인식했고, 금연 및 금주, 운동을 통한 암 예방과 검진, 의료비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 국민 건강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기업 측면에서도 데이터와 통계는 산업화 시대의 석탄·석유와 같은 자연자원과 대등하게 21세기 원유로 각광 받고 있다. 세계에서 시장가치가 높은 5개 회사, 즉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아마존·애플·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는 대표적인 데이터 기업이다. 방대한 데이터는 기업발전의 필수요소이고 다른 기업에는 새로운 진입 장벽이 되고 있다. 산업사회에서는 노동과 자본이 경쟁력의 원천이었으나 정보사회에서는 데이터가 경쟁력의 원천이다.

경제사회 문제 해결의 실마리, 정보산업 발달의 바탕으로서 통계가 더 널리 활용돼야 한다. 정부도 산업 및 기업 간 데이터 이용, 정부 데이터의 민간 활용을 위한 제약 해소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구글과 같은 데이터 기업이 우리나라에서도 나올 수 있어야 한다. 고용창출은 덤이지만 너무 소중하다. 과거는 과학기술과 의료가 기업과 인간을 살렸지만 미래에는 통계와 데이터가 국가와 인류를 구할 수 있으리라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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