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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天災 아닌 人災'] 수년째 메마른 충남 서부 저수지...당국, 하천 물 돌려막기만 반복

■하늘만 쳐다보는 가뭄대책

가뭄 상시화하는데도 관정 개발·양수호스 설치 그쳐

그나마 장마 오면 가뭄대책 뒤로 밀려 '매년 악순환'

'저수지 83곳 확대' 장기 계획도 비 안오면 무용지물

가뭄이 확산되는 가운데 4일 충남 예산군 예당저수지의 물이 마르면서 저수지 곳곳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예산=연합뉴스




서산시 팔봉산에서는 기우제가 한창이다. 계속되는 가뭄으로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자 하루빨리 비가 오기를 바라며 서산 내포앉은굿보존회와 인근 노인회원들이 매일 기우제를 열고 있다. 2년 전에도 서산을 포함한 충남 서부지역은 42년 만의 유례없는 가뭄이 발생해 지역 주민들에게 제한 급수를 시행할 정도로 가뭄이 심각했다. 야속하게 올해도 가뭄이 농심을 타들어 가게 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 정책도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격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중순부터 충남 서부지역의 올봄 가뭄을 예상했다. 지난해 서산지역 강우량은 평년(1,288㎜)의 71.5%인 921㎜에 그쳤다. 특히 한 해 강우량의 3분의2가 몰리는 장마철에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인근 저수지 저수율은 이미 상당히 떨어진 상황이었다.

당시 서산 인근의 규모가 큰 저수지의 저수율(2016년 9월1일 기준)을 보면 풍전 9%, 산수 15%, 성암 26% 수준이었다. 현재는 풍전 3%, 산수 6%, 성암 7%로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농정 당국은 가뭄대책으로 주변 하천에 물이 생길 때마다 양수기로 저수지에 물을 채우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 여름에 이어 올봄에도 비가 거의 오지 않아 대책의 실효성은 떨어졌다. 해마다 강수량이 줄고 있는데도 장기적인 수자원 개발 대책보다 단기적인 땜질식 처방만 내리니 가뭄을 예상해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8월부터 충남 서부 지역에 비가 적게 내려 저수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비가 평년보다 어느 정도로 오는지 시나리오를 만들어놓고 가뭄을 예상했다”면서도 “하천에 생기는 물을 끌어다가 저수지에 채우기는 했지만 내리는 비의 양이 워낙 적어 가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가뭄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가 내놓는 대책은 관정 개발, 간이양수장 설치, 양수 호스 설치 등을 위한 가뭄대책비 지원이다. 올해도 같은 명목으로 가뭄 지역에 가뭄대책비 116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 1968년 대가뭄 시기 전남지방에서 가뭄극복 수단으로 처음으로 등장한 ‘들샘파기(지금의 관정)’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부의 주요 가뭄대책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과거 사람이 땅을 파던 것에서 기계로 대체됐을 뿐이다.

관정 개발은 가뭄 때마다 지하수를 사용하기 위해 등장하는 대책이지만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하수 오염을 부추기고 싱크홀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다른 대책들도 당장 하천에 있는 물을 저수지나 농지에 뿌리기 위한 돌려막기식 처방들이다. 물론 가뭄이 발생한 뒤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대처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들이라지만 가뭄이 매년 상시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장기 가뭄대책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못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농식품부가 가장 최근에 내놓은 장기 가뭄대책은 2015년 12월에 발표한 가뭄대응 종합대책의 복사판이다. 2030년을 내다보는 장기 가뭄대책이지만 이마저도 근본적으로 비가 많이 내리지 않으면 농업용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대책은 2030년까지 극심한 가뭄에도 용수공급이 가능한 수리안전답의 비중을 60%에서 80% 끌어올리고 밭 용수의 용수 공급량을 18%에서 3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여러 대안을 담았다.

이를 위해 저수지 83개를 추가로 확보하고 전국 관정과 양수 장비의 보수와 보강을 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비를 담는 물그릇인 저수지 등이 완성되는 기간도 긴데다 많이 만든다 해도 원천적으로 비가 적게 내리면 무용지물이다. 또 가뭄이 발생하면 장기 가뭄대책을 정책 우선순위에 두고 추진할 것처럼 하다가 가뭄이 지나 장마철이 오면 다시 후순위로 밀려 매년 가뭄의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때문에 가뭄 극복을 위한 대체 수자원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해 사전적으로 대응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웅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10년마다 한 번씩 발표하는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는 가뭄 해소를 위한 장기적인 다양한 대책들이 담겨 있는데 가뭄이 지나고 나면 어느 순간 후순위로 밀려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따라 가뭄이 매년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임기응변식 대처에서 벗어나 장기적으로 지역 상황에 맞는 대체 수자원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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