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9년 영국 출신 미국작가 프랜시스 버넷이 쓴 동화 ‘비밀의 화원(The Secret Garden)’은 일찌감치 원예치유 효과를 설명해 주목을 받았다. 인도에 살던 영국인 소녀 메리 레녹스는 여행 중에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영국 요크셔에 있는 고모부 집에서 자란다. 줄곧 집에 틀어박혀 지내던 메리는 어느 날 고모가 돌아가신 후 폐쇄돼 있던 비밀의 화원을 발견한다. 메리는 정원사인 벤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덩굴을 제거하고 꽃씨를 뿌리면서 정원을 가꾼다. 덕분에 화원은 예전의 아름다움을 되찾게 되고 집안에 갇혀 지내던 사촌 콜린까지 기적적으로 건강을 되찾는다. 처음에는 조카와 아들에게 무관심하던 고모부 크레이븐은 아들이 정원에서 뛰노는 장면을 보고 감동을 받는다. 싱싱한 꽃과 푸른 나뭇잎이 심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효과를 잘 묘사해주는 대목이다.
현대인의 삶에 있어 화초의 치유 효과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사회생활에 지친 이들이 늘고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식물 특유의 싱그러움 속에서 작은 위안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여기에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미세먼지 공해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집안에서 화초를 기르면서 공기를 정화하고 심리적 안정까지 찾는 ‘홈 가드닝’이 일상화되고 있다. 바야흐로 ‘반려식물’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집에서 기르는 화초는 반려동물처럼 손이 많이 가지 않으면서도 심신 안정의 효과는 높아 1인 가구를 중심으로 각광 받고 있다.
신세계몰과 11번가를 비롯한 유통가에서는 지난 5월 스투키·금전수 등 홈 가드닝 제품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최고 두 배 이상 늘었다. 식물 화분은 개당 4만~10만원 정도에 불과해 반려동물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다. 최근에는 반려식물을 치료하는 병원과 휴가 때 화분을 대신 돌봐주는 식물호텔까지 성업 중이다. 식물병원을 개업하기 위한 국가기술자격증인 ‘식물보호기사’를 따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반려식물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사회생활이 팍팍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작은 화분 하나를 통해서라도 현대인들의 외로움과 사회갈등이 줄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철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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