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베네수엘라 응원단은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베네수엘라의 결승전을 앞두고 ‘국기를 거꾸로 들고 응원해 정치적인 표현을 했다’는 이유로 국기를 압수당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베네수엘라 응원단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린 영상에는 대회 공식 아이디를 착용하고 있는 한국 관계자가 응원단의 국기를 압수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영상에 등장한 한국 관계자는 영어로 “국기를 거꾸로 드는 행동은 묵과할 수 없다”라며 국기를 빼앗았고 베네수엘라 응원단은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베네수엘라 국기 압수 영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퍼지는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베네수엘라 관중은 베네수엘라 현지 언론 ‘엘 내셔널’과 인터뷰를 통해 “몇몇 베네수엘라 팬들이 국기를 거꾸로 들었고, 풍자 사진과 반정부시위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사진을 들었다. 그러자 베네수엘라 대사관에서 파견한 관계자들과 이 대회 관계자로 보이는 한국 사람들이 다가와 국기를 압수했다”라고 말했다.
현재 베네수엘라에서는 심각한 경제난 속에 대규모 반정부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베네수엘라 국민은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과 조기 선거를 요구하고 있는데, 유혈 사태로 번져 사망자가 70명을 넘어섰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축구팬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자국의 사태를 알리기 위해 애썼다. 지난달 2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 독일의 조별예선 당시에는 베네수엘라 팬들이 ‘미친 살인자 마두로 대통령’이란 내용의 현수막을 걸기도 했다.
한편, 대회 조직위 관계자는 “이번 대회 기간 베네수엘라뿐만 아니라 경기장 내에서 벌어진 모든 정치적, 종교적인 활동을 막았다. 이는 FIFA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FIFA는 선수 등 대회 참가자들은 물론, 관중들의 정치적인 목소리까지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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