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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정부조직개편의 정치학

권구찬 논설위원

대선 공통 공약에 개편도 최소화

개헌 전제 내년 2차가 메인 게임

인사청문회·추경 연계 설득력 약해

3대 현안 중 우선적 협치 모색을





더불어민주당이 지난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지난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62번째 개편에 민주당 소속 의원 120명 전원이 서명했다고 한다. 한 명도 낙오 없는 강철대오를 구축한 것을 보면 난맥의 인사청문회 정국을 돌파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정부조직 흔들기도 최소화했다. 여소야대의 벽을 의식한 현실적 선택으로 짐작된다. 해양경찰청·소방청 부활과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은 대선 공약대로 담았지만 통상 기능은 공약과 달리 외교부로 이관하지 않고 산업통상자원부 내 통상교섭본부 설치로 가닥을 잡았다. 발등의 불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앞두고 통상조직을 바꾸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정부조직개편이 일 잘하는 정부를 저절로 담보하지는 않는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예산을 절감하고 중복을 없애는 방향’이라고 설명했지만 경험치를 본다면 썩 미덥지는 못하다.

해양수산부가 1996년 설립된 후 우리나라의 해양산업은 어떻게 됐는가. 조선·해운은 세금 먹는 하마 신세로 전락했고 20여년 전 세계 2위 컨테이너 항만이던 부산항은 7위로 밀려났다. 값싼 수입 해산물이 우리의 식탁을 점령한 지 오래다.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며 통합의 원리에 따라 몇몇 부처를 합쳤지만 공무원 수는 임기 말 되레 증가했다.

정부조직개편은 늘 행정 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정치적 목적을 겨냥한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다. 극단적인 평가이지만 정책 효율성을 내세우는 것은 허구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옛말처럼 전 정부와의 차별성 부각에 조직개편만 한 것이 없다. 관료사회에 대한 통제력 강화는 덤이다. 그럼에도 정부조직이 통치권자의 국정 철학과 비전을 실현하는 수단이고 보면 새 정부의 출범과 조직개편은 자연스러운 조합이기도 하다. 이번에 담긴 해경과 소방청 부활은 정치적으로는 외길 수순이다. 박근혜 정부가 해경과 소방청을 없앤 것은 세월호 참사의 정치적 희생양 찾기와 다름이 없었다. 분산된 재난 대응 체계를 통합하고 재난 현장에 대한 전문성과 대응성을 강화한다는 것은 구호일 뿐이다.



관건은 국회의 문턱인데 조기 통과에 빨간불이 켜졌다. 야 3당이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일자리 추경을 연계 처리할 움직임을 보여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6월 임시국회 통과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청와대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을 강행하자 야당은 대여 투쟁의 강도를 높일 태세다.

그러나 인사청문회의 파행 국면에서 야권이 정부조직개편에 관한 한 냉정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찬찬히 뜯어보면 이번 정부조직개편이 인사청문회, 일자리 추경과 동일 선상에 놓일 사안인지는 의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개편이 대선 공약임에도 이름 한 자 고치지 않았다. ‘박근혜 지우기’ 차원에서라도 ‘창조’라는 명칭은 뗄 것 같았는데 창조경제센터의 업무 이관에 그쳤다. ‘행정자치부’의 명칭이 ‘행정안전부’와 ‘안전행정부’ 사이를 오락가락한 것에 비하면 제1 야당의 입장을 고려한 느낌도 든다.

박근혜 정부의 조직개편안이 국회 제출 52일 만에 통과됐으니 똑같이 당해봐야 한다는 심정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이번에는 정부조직을 전면 수술한 2013년과는 성질이 다르다. 정치권이 직면한 3대 현안 가운데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논란의 대상으로 삼기에는 가장 설득력이 떨어진다. 개편안 대부분은 대선주자들의 공통 공약이기도 했다.

마음 급한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 것만이 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길이 아니다. 쉬운 것부터 협치의 정신을 발휘하면 더 큰 명분을 쌓게 된다. 어차피 내년 지방선거 전 개헌을 전제로 2차 개편 논의가 불가피할 터인데 굳이 헛힘을 쓸 이유도 없다. 정부조직개편은 이번이 메인 게임이 아니지 않나. /chan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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