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의 고층아파트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가 당국의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비난의 화살이 테리사 메이 총리에게 쏠리고 있다. 메이 총리는 노후한 고층아파트에 대한 일제점검을 약속했지만 정부의 늑장대응에 시민들의 분노는 들끓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전날 새벽 런던 서부 켄싱턴에 위치한 그렌펠타워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17명으로 불어났다. 런던경찰청 스튜어트 쿤디 국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17명이 사망했음을 확인할 수 있지만 애석하게도 사망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야당인 노동당은 당국이 노후건물의 화재 위험성에 대한 경고를 무시해왔다며 메이 정부를 정조준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 2009년 6명이 숨진 런던 남부 캠버웰 라카날하우스 화재사건을 거론하며 “당시 노후 고층아파트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했다”며 “(정부가) 지방 당국에 필요한 재정 지원을 거부하면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당시 영국 의회의 초당파그룹은 런던에 라카날하우스 같은 노후 아파트가 4,000채에 달한다며 이들 건물에 대한 화재진압 시스템과 스프링클러 설치를 정부에 권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메이 총리가 화재 발생 후 몇 시간이 지나서야 공식 입장을 표명하면서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날 화재는 오전1시께 일어났지만 메이 총리는 오후에야 총리실 대변인을 통해 “사고 수습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오후4시 내각회의를 소집했다.
한편 영국 정부는 이번 화재를 계기로 리모델링한 노후 고층아파트들을 일제 점검하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메이 총리는 “(이번 화재로 인한) 교훈이 있다면 받아들이고 그에 대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