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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달 ‘火葬’ 열풍'에 장묘시설 대란

재액없는 무탈한 달로 인식

58개 전국 공공 화장시설

화장예약 2만건...조기 마감

하루 처리 횟수 75% 확대

수의 등 관련 상품도 특수







파주 장묘시설에서 근무하는 A(32)씨는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고 하소연한다. “평소 5시에 퇴근을 했는데 윤달(閏月)을 앞두고 근무시간이 2시간 늘었다”며 “매일 화장 처리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고 전했다. A씨가 근무하는 화장시설은 평소 총 6개 화로를 하루 24회로 운용했지만 윤달을 맞아 하루 처리횟수를 42회로 75% 확대했다.

3년에 한 번 돌아오는 윤달이 시작되면서 묘지 이장이나 자연장 등의 수요가 한꺼번에 몰려 전국 공공 화장시설이 풀 가동하며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올해 윤달은 지난 24일부터 시작해 다음달 22일까지다. 전통적으로 재액(災厄)이 없는 무탈한 달로 여겨져 수의를 장만하거나 화장하고 묘를 이장하는 수요가 많다.

25일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윤달 기간에 예약(인터넷 기준)된 전국 58개 공공 화장시설 개장 유골 화장 예약 건수는 2만건을 웃돌아 조기에 만료됐다. 개장 유골 화장은 일반 묘지의 시신을 꺼내 화장한 뒤 봉안당에 안치하는 것으로 통상 윤달에 이뤄진다.



실제 매년 윤달이 있는 해에는 개장 화장이 급증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장례문화진흥원에 따르면 윤달이 없었던 해인 2013년, 2015년에는 전국 공공화장시설에서 이뤄진 개장 유골 화장 건수가 각각 4만8,206건과 4만6,453건에 그쳤다. 반면 윤달이 있었던 2012년과 2014년에는 각각 8만7,982건과 8만15건으로 윤달이 없던 해의 2배 규모로 폭증했다. 조신행 복지부 노인지원과장은 “윤달에는 일반적으로 4만건 가량 유골을 화장한다”며 “폭증하는 수요에 맞춰 화장 횟수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복지부는 윤달 화장 수요 급증에 대비해 전국 공공화장시설의 예비 화장로를 추가 가동하고 운영시간도 늘렸다.

장묘시설 대란이 발생하면서 수의 등 장례 관련 상품도 특수를 맞고 있다. 수의제작전문업체 효수의 관계자는 “윤달을 맞아 수의 주문 물량이 평소보다 7~8배 늘어 야근이 부쩍 늘었다”며 “과거에는 삼베수의가 전체 주문의 70%를 차지했지만 요즘은 삼베 외에도 인견·한지 수의도 많이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에는 인견으로 만들어 색깔이 황금색을 띄는 ‘황금수의’ 인기가 좋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백화점 등 유통업계도 ‘윤달 특수’를 노려 고객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A백화점은 올해 수도권 4곳, 지방 3곳에서 7월 말까지 팝업스토어 형식으로 수의만 파는 매장을 운영한다. 상조회사도 여행상품권과 숙박권 등 경품을 무더기로 내걸고 홍보에 나서고 있다.

죽음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보는 프로그램도 인기다. 유언장을 직접 써보기도 하고 영정사진도 미리 찍어볼 수 있다. 또 직접 수의를 입고 관에도 들어가 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한 상조업체 관계자는 “최근 웰다잉(Well dying)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매주 20~30명이 체험 프로그램을 찾아 6월 예약은 조기에 마감됐다”며 “윤달을 맞아 장례문화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면서 오히려 삶에 대한 의지가 더욱 강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우인·신다은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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