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 정치인이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을 정도로 직장인들은 ‘저녁이 있는 삶’을 꿈꾼다. 역세권에 자리한 보금자리는 저녁이 있는 삶의 필요 조건이다. 출퇴근 시간을 줄일 수 있어서다.
주택 시장에서 ‘역세권’이라는 단어가 그토록 강력한 마케팅 효과를 발휘하고, 지하철 개통, 고속철도 신설 등 각종 교통 호재가 주택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편리한 교통 환경은 출퇴근 시간을 줄여주고, 사람들이 보다 여유 있는 저녁을 보낼 수 있도록 해준다. 길이 뚫리는 부동산 시장에 돈이 몰리는 이유다.
30일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부동산 114에 따르면 올 하반기에는 부동산 시장의 기대감을 높일 수 있는 각종 교통 호재가 풍부하다.
우선 수도권 지역을 살펴보면 당장 이날 구리~포천 고속도로가 개통됐다. 이 도로는 구리시 토평동~포천시 신북면을 연결하는 총 연장 50.54㎞ 구간으로, 구리ㆍ남양주ㆍ의정부ㆍ양주ㆍ포천 등 경기 중북부 5개 지자체를 통과한다. 또 구리에서 서울~세종고속도로와 연결돼 2022년에는 안성, 2025년에는 세종시까지 연장된다. 이 밖에도 동홍천~양양 동서고속도로와 상주~영천 고속도로도 6월에 개통된다. 인근에서 분양을 앞두고 있는 ‘e편한세상구리수택’, 남양주시 별내동의 ‘남양주별내 뉴스테이’, 양주시 옥정동의 ‘양주옥정지구모아미래도’ 등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7월 말에는 서울시 첫 경전철 사업인 우이~신설선이 개통을 앞두고 있다. 우이~신설 경전철은 강북 우이동~ 동대문구 신설동을 연결하는 노선으로 13곳의 정거장을 지난다. 강북구 우이동, 미아동, 수유동과 성북구 정릉동, 돈암동의 교통 환경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성남~장호원을 연결하는 자동차전용도로는 올해 말 개통을 앞두고 있다. 이 도로는 서쪽으로 안양-성남고속도로, 동쪽으로 광주-원주고속도로(제2영동고속도로)와 연결된다. 판교와 여주를 잇는 경강선이 지난해 9월 개통했고 연말에 성남~장호원간 자동차전용도로가 뚫리면 경기 광주나 이천 지역에서 서울 접근이 더욱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추진되는 수도권과 강원도 간의 교통망 확충도 부동산 시장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우선 하반기에는 인천에서 강릉까지 1시간 52분 만에 도달할 수 있는 원주~강릉 복선전철이 개통된다. 이 노선을 이용하면 청량리에서 강릉까지는 1시간 12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개통 시 횡성, 둔내, 대관령 등의 부동산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반기에 원주시 단구동에서 분양을 앞두고 있는 ‘원주롯데캐슬골드파크’, 원주시 반곡동에서 공급되는 ‘원주기업도시반도유보라’ 등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또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수색~서원주간 기존 노선은 올해 말까지 고속화 돼 강원도까지 이동 시간이 단축된다. 청량리ㆍ망우역을 개량하는 1단계 사업이 지난해 마무리됐으며, 현재 수색~용산 간 신경의선, 용산~청량리 간 경원선, 청량리~서원주를 잇는 중앙선 개량 사업이 진행 중이다.
그 외 지방에서는 경북 포항과 영덕을 연결하는 동해선(동해중부선)이 12월에 개통된다. 동해선은 향후 삼척까지 연장되어 영동선과 연결될 예정이다. 동해선 연장으로 그간 철도 불모지였던 포항 이북 지역과 경북 동해안에 철도가 들어오게 됨에 따라 교통 환경이 개선되고, 주변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안성용 우리은행 WM자문센터 차장은 “주택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교통망”이라며 하반기 교통망 개선이 부동산 시장의 변수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봤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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