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8살 여자 초등학생을 유괴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10대 소녀가 재판에서 애초 부인한 유괴 혐의를 처음 인정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허준서 부장판사) 심리로 4일 오후 열린 재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미성년자 약취·유인 후 살인 및 사체손괴·유기 혐의로 기소된 고교 자퇴생 A(17)양의 변호인은 “(지난 공판준비기일 때 부인한) 피해자를 유인한 부분은 (혐의가) 약하지만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측 주장대로 사전에 치밀한 계획에 따라 범행한 것은 아니며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죄”라고 재차 강조했다.
A양의 변호인은 또 재판부에 “사체손괴·유기 당시뿐 아니라 살인 범행을 저지를 때도 심신미약 상태였다”며 “범행 후 서울에 있다가 모친의 연락을 받고 집으로 와서 경찰에 자수한 점도 양형에 참작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A양이 범행 전인 2016년 의사의 심리상담을 받을 당시 말한 내용이 일부 공개됐다.
그는 의사에게 “고양이 목을 졸라매야겠다. 도덕 선생님과 토론을 한 적이 있는데 선생님이 ‘네가 무섭다. 보통 학생들은 가질 수 없는 생각을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명이 ‘삑’하고 가끔 들린다”고 말했다.
또 A양이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을 때 “오늘은 ‘A(온순한 성향)’입니다. 지금부터는 A에서 ‘J(공격적 성향)’로 변합니다”라며 수사관에게 자신의 내면에 여러 인격이 있음을 설명한 내용도 알려졌다.
검찰은 이에 대해 “다중인격이면 A와 J가 서로 한 일을 몰라야 한다”며 “A양은 다중인격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앞서 A양의 심리를 분석한 대검 수사자문위원(심리학과 교수)도 “A양은 현실검증능력을 온전히 유지하고 있고 고도로 치밀하다”며 “다중인격 주장은 필요에 따라 A양이 꾸몄을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의 결과 보고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A양의 변호인은 검사의 증거조사 중 “현재 여론으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는데 너무 상세한 내용을 공개하지는 말아달라”고 검찰 측에 요구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날 피해자인 B양의 어머니, 공범 C양, A양의 구치소 동료, 심리학과 교수 등 4명을 증인 신청했다.
이날 A양의 변호인은 재판 결과를 스스로 예단하며 변론을 포기하는 듯한 발언을 해 재판장으로부터 제지당하기도 했다.
변호인은 “성인과 달리 피고인의 경우 만 18세 미만이어서 가장 무거운 형은 징역 20년”이라며 “심신미약이 인정될 것 같지도 않고 징역 20년을 받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저도 사형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든다”며 “변호인이 해줄 게 없다”고 덧붙였다.
A양은 변호인이 자신에게 불리한 이야기를 하자 의자 위에 올려진 변호인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려 제지했다.
재판장도 “그런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수차례 변호인을 꾸짖었다.
A양의 다음 재판은 이달 12일 오후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며 당일 증인 신문 후 검찰은 구형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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