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지나도 공급이 늘어도 변하지 않는 골프장 선택 기준이 있다. 바로 접근성이다. 아무리 멋진 코스를 갖췄어도 거리가 멀거나 교통체증이 심하다면 골퍼들의 간택을 받기가 쉽지 않다. 새로 개통한 도로를 따라 ‘골프 8학군’이 형성돼온 이유다.
최근 구리~포천고속도로와 서울양양고속도로(이하 동서고속도로)가 개통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지리 여건과 교통망이 상대적으로 열악했던 경기 북부와 강원 설악권 지역 골프장의 시간적·공간적·심리적 거리가 부쩍 가까워졌다.
구리~포천고속도로는 구리에서 출발해 서울 중랑구와 경기 남양주 별내를 거쳐 의정부·양주를 지나 포천으로 이어지는 50.5㎞ 길이의 도로다. 회원제인 양주의 레이크우드, 동두천의 티클라우드, 포천의 포천 아도니스, 일동레이크, 몽베르, 그리고 대중제인 포천의 베어크리크, 포천힐스, 푸른솔, 참밸리 등이 이 도로의 주변에 위치해 있다.
이 지역 골프장은 코스나 운영 현황에 비해 저평가돼온 게 사실이다. 수도권 골프장의 주 수요층이 거주하는 서울과 강남권에서 오가기가 불편했기 때문. 만성적인 정체에 시달려온 포천 관통 43번 국도는 경기 북부의 남북을 잇는 이번 도로 개통으로 통행량이 줄어들게 됐다. 또 새 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서울에서 포천까지 통행 시간이 30분 언저리로 절반 이상 단축된다. 어떤 방법으로 이동하든 종전에 비해 훨씬 수월해지는 셈이다. 레이크우드는 외곽순환도로에 이어 구리~포천고속도로 수혜까지 누리게 됐고 몽베르는 신북IC 통과 이후 국도 구간이 25분 정도로 종전에 비해 크게 줄어들면서 강남에서 1시간1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게 됐다.
골프 회원권·예약 전문 에이스골프닷컴의 송용권 대표는 “경기 북부 골프장들은 강남권 이동이 좋아진데다 용인·수원 지역 골프장에 비해 이용료가 20% 정도 저렴하다는 이점도 갖춰 고속도로 개통에 따른 혜택이 커질 것”이라며 “해당 지역 골프장의 회원권 시세에 긍정적 영향이 예상되고 대중제 골프장의 경쟁력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류연진 몽베르CC 사장은 “이른 더위에도 내장객이 늘었고 ‘무척 가까워졌다’며 인사를 건네는 분들도 많다”고 전했다.
총 길이 150.2㎞의 동서고속도로는 서울에서 강원 양양까지 90분 만에 주파할 수 있어 개통 전보다 약 25㎞, 40분의 단축 효과를 제공한다. 도로 주변에는 양양의 골든비치, 고성의 파인리즈와 설악썬밸리, 속초의 플라자CC 설악 등이 있다. 주로 1박2일 등 체류형 골프장이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이제 평일·당일 골프에도 큰 무리가 없게 됐다. 영동고속도로와 함께 강원권 이동의 주요 동선으로 자리 잡으면 동서고속도로가 골프·스키 등 레저산업 발전의 한 축이 될 것으로 관측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도로 개통에 따른 골프장 수혜 사례는 많다. 가장 최근에는 제2영동고속도로를 통해 입증됐다. 특히 경기 여주권의 이포, 스카이밸리, 블루헤런, 강원 원주의 오크밸리 등은 수도권으로부터 소요 시간이 40분 정도 단축되면서 이용객이 늘고 회원권 시세도 호전됐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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