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배터리다. 쓰면 쓸수록 결국 방전되기 때문이다. 결정적 한 방을 날리기 위해 평소에 권력을 아껴 사용해야 한다. 재충전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그래서 평소 권력을 남용하는 것을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 리더는 큰 칼을 항상 차고 다녀야 한다. 그런데 그것을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칼을 칼집에서 살짝 빼 보여주는 정도가 적당하다. 폼 나게 뽑아들고 나면 다시 집어넣기도 뻘쭘하기만 할 뿐이다. 그래서 괜히 호박이라도 찔러야 한다는 허세를 부리다가 일이 터진다. 권력은 결정적 한 방을 날리기 위해 힘을 아끼는 것이 정도다.
외부로부터 위기가 닥치면 두 가지 형태의 조직으로 나뉜다. 하나는 반응하는 조직이다. 그저 허둥지둥하거나 신경질적인 표정을 짓거나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무덤덤하다 못해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는 조직들이 있다. 최악은 위기 앞에서 내분을 일으키는 조직이다. 서로 손가락으로 지적질을 하면서 이 모든 것의 책임이 상대방에게 있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또 다른 하나는 대응하는 조직이다. 이 조직이 내부적으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구성원들과 신속하고 투명한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모든 채널을 열어놓는 것이다. 그리고 원인 분석보다 먼저 하는 일이 있다. 바로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원인 분석 없이 해결책을 찾는 것이 가능할까. 해결책을 찾고 난 뒤 원인 분석은 다음번 위기 대응을 위해 하면 된다. 과다출혈이 우려될 때는 일단 지혈제를 사용하고 붕대로 압박을 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출혈의 원인은 그다음에 곰곰이 생각하면 된다.
우리는 권력 남용을 해온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북한 핵 위협이라는 외부 위기에 대응하는 대한민국의 올바른 대응책은 무엇일까. 첫째, 외치와 내치를 구분하는 방식으로 대통령의 힘을 견제해서는 안 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예로 들어보자. 대통령은 사드 배치를 원하고 국회가 선출한 국무총리는 사드 배치에 반대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야말로 국가가 마비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다. 현재처럼 제왕적 대통령이 있는데도 사드 배치가 제대로 안 된다. 그렇다고 외치와 내치가 각각 다른 리더십에 따라 움직인다면 정신분열증 현상을 보일 수도 있다. 안보에 여야가 없다면 대통령은 안보를 위해 권한을 확실하게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확실한 내치 장악이 있어야 안보가 가능하다.
둘째, 대통령의 내치에 대한 정책적 견제는 현재 국회에 의해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 국회의 동의 없이는 정책을 집행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회가 예산을 안 주면 그냥 끝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대통령의 인사 권한이 지나치게 크다는 데 있다.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기관장의 숫자를 대폭 줄여야 한다. 수많은 공기업 이사장을 다 대통령이 임명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는 것이 폼 날지 몰라도 결국 청와대 수석들의 권력만 키워놓는 꼴이다. 선거를 도운 참모들에게 보은하는 인사를 하는 토양이 이미 갖춰져 있는데 이것을 놓기 싫을 것이다.
셋째, 대통령 권한의 비대는 중앙정부가 거둬들이는 세금이 너무 크다는 데 있다. 법인세와 부가가치세의 상당 부분을 지방정부에 이양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너무 많은 세금을 징수하니까 지방정부는 항상 떼를 쓰는 철부지 어린아이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업들이 지방에 갈 이유가 없는 것은 지방정부가 제시할 수 있는 유인책이 실질적으로 없기 때문이다.
외양간을 고쳐야 할 최고의 적기는 언제인가. 바로 소를 잃고 난 직후다. 소를 잃기 전에 왜 외양간을 고쳐야 하는가. 멀쩡히 잘 있는데. 그리고 어디를 어떻게 고쳐야 할지 제대로 알 수도 없다. 소를 잃고 난 후에야 어디를 어떻게 고쳐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지 잘 알 수 있게 된다. 자 이제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는 소가 외양간을 탈출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다행히도 북한이 절대 핵을 보유했다고 하더라도 절대 공격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존재한다. 우리의 안보의식이 확고하고 한미 혈맹이 굳건히 존재할 때다.
권력은 배터리다. 사용하면 할수록 약해지고 결국 방전되기 때문이다. 권력을 아껴 쓰는 이유는 결정적 순간에 한 방을 날리기 위해서다. 우리는 권력을 평소에 아껴 쓰고 있는가. 아니면 낭비하고 있는 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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