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애플·퀄컴 등의 출자를 받아 설립한 ‘비전펀드’가 바이오테크 기업과 온라인유통 분야로 투자영역을 확대한다. 차세대 정보기술(IT)에 주력해온 소프트뱅크의 투자 대상이 미래 유망산업 전반으로 넓어지는 신호라고 외신들은 평했다.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위스 바이오테크 스타트업인 로이반트사이언스에 대한 11억달러(약 1조2,557억원)의 투자를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주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펀딩에는 비전펀드 외에 이 회사의 초기 투자가인 이스라엘 제약회사 덱셀파마 등도 동참했지만 비전펀드가 가장 많은 금액을 출자하며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소프트뱅크가 930억달러 규모로 출범시킨 비전펀드 자금을 바이오테크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반트사이언스는 올해 32세인 최고경영자(CEO) 비벡 라마스와미가 이끄는 비상장기업으로 지난 2014년 설립 이래 알츠하이머병과 희귀질환을 치료하는 의약품 개발에 주력해왔다. 현재 개발 중인 의약품은 약 14개로 임상시험 단계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가장 유망하다. 다음달 발표될 임상시험 결과가 성공적일 경우 10여년 만에 당국의 승인을 얻는 치매 치료 신약이 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설명했다.
특히 이번 펀딩은 역대 바이오제약 업계 투자 중 최대급으로 주목받았다. FT에 따르면 지금까지 최대 규모의 투자는 3월 아마존이 단행한 유전자 감식 스타트업 그레일에 대한 9억달러 투자다. 이 투자 결정은 당시 아마존의 헬스케어 사업 확장설에 불을 붙였다.
비전펀드는 또 미국의 온라인 스포츠용품 유통업체 패너틱스에 10억달러를 투자할 방침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패너틱스는 미국 프로미식축구리그(NFL) 등과 라이선스 협약을 맺고 스포츠의류와 모자 등을 판매하는 온라인 소매업체로 아마존이 장악한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비전펀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0일에는 인도의 온라인유통업체인 플립카트에도 기존 지분 매입과 증자를 통해 주요 주주 대열에 올랐다.
비전펀드는 앞서 인공지능(AI) 로봇 개발업체 브레인코프와 고층빌딩을 경작지로 활용하는 미래형 수직농장(vertical farming) 개발회사 플랜티에 투자하기도 했다.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비전펀드는 현재 자율주행·그래픽칩·가상현실·온라인금융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10여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타진하고 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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