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신호를 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만 하더라도 시장에서는 이주열 한은 총재가 8월 금통위에서 연내 금리인상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전망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달 초순부터 북핵 리스크가 커진 데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마저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주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한은의 통화정책 정상화 경로에도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오는 31일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 동결이 확실시된다. 관심사는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시그널을 줄 지 여부다. 지난 6월 이후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한은은 7월 말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는 “경기회복세가 지속되는 등 경제상황이 보다 뚜렷하게 개선되면 완화 정도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며 기준금리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무렵 공개된 7월 금통위 회의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장기간 지속된 완화적 기조로 인해 과도하게 급증한 부채가 소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통화정책의 완화적 기조를 재조명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해 금리 인상 필요를 언급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한은이 8월에 소수의견으로 금리인상 신호를 주고 연내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흘러나오기도 했다.
경기 지표도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7월 말 나온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는 전분기 대비 0.6% 증가로 1·4분기(1.1%) 만큼 깜짝 놀랄 정도는 아니었지만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은 역시 7월 중순 열린 금통위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연 2.8%로 올렸다. 게다가 부동산 시장 불안과 가계부채 증가세 등을 막기위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특히 ‘매파’ 성향의 이주열 총재가 내년 3월 말 퇴임을 앞두고 기준금리를 빨리 올려놓고 나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이달 초순 북핵 리스크가 불거지며 확 바뀌었다. 새 정부 출범 기대 등으로 고공행진을 하던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7개월 만에 꺾였다. 또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보복조치가 예상보다 더 길어지면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 급감, 수출 이상 조짐 등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더구나 연준의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더뎌질 것이라는 전망도 확산되는 것도 한은의 금리 결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옐런 의장은 최근 잭슨홀 심포지엄 연설에서 통화정책 정상화 일정이나 경기 동향 등에 대해 이례적으로 침묵을 지켰다. 그는 10여 페이지 분량의 연설문에서 통화정책의 향방은 물론 물가상승률, 금리, 자산매입 등은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미국 기준금리의 연내 추가인상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짙어지고 있다. 27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등에 따르면 옐런 의장의 잭슨홀 연설 이후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37%로 반영했다. 이는 옐런의 연설이 있기 직전 집계됐던 44%보다 뚝 떨어진 수치다. 블룸버그 집계에서는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 반영된 미국의 12월 금리 인상 확률이 42.1%로 나타났다. 당장 다음달 FOMC에서 인상될 가능성은 고작 12.0%에 불과했고 11월 인상 가능성도 17.5% 선이었다.
연준이 추가적인 금리인상 시기를 미룰 경우 한은도 한국과 미국간의 금리 역전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를 덜게 된다. 금통위가 북핵 리스크 등 대외 악재에 신중한 태도를 보일지,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흡수할테니 대비하라는 경고를 보낼지 주목된다.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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