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어금니 아빠' 사건서 드러난 '구멍 뚫린 복지'] 기부금 숨긴채 기초수급 혜택...호화생활에도 적발 못해

차명계좌 전산 시스템에 안잡혀

신고 소득 누락 여부 파악 못해

가격 상관없이 2,000cc 미만 車

‘생계형 재산’ 인정하는 허점도





딸 친구를 살해해 유기한 혐의를 받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씨는 기부금으로 끌어모은 돈으로 외제차를 모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하면서도 국가로부터 월 160만원가량의 복지 지원을 받아 왔다. 자기명의의 재산과 소득을 남기지 않아 기초생활수급자의 신분을 유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허술한 복지감시망을 교묘하게 이용한 것인데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3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007년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된 뒤 9월까지 각종 복지 급여를 받아왔다. 생계급여는 매달 109만원(3인 기준)을 받고 주거급여 27만원에 의료비·교육비·통신금 등 20여 가지 혜택을 받았다. 여기에 지적장애와 지체장애를 가진 지적·장신장애 2급으로 등록돼 부가급여 포함, 매달 28만여원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금으로 받은 복지 혜택만도 약 160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씨는 화려한 생활을 누렸다. 외제차 2대와 국산 고급차 1대를 굴렸다. 그럼에도 이씨가 기초생활수급자로 계속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배기량이 1,999㏄인 승용차 1대만 자신 명의로 등록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가격과 상관없이 배기량 2,000㏄ 미만 차량이면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재산으로 판단하는 현행 제도의 허점을 노린 행위로 추정된다. 막대한 후원금 등으로 모인 나머지 재산은 차명으로 등록해 감시망을 피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복지 혜택을 받으려면 1년에 6회 이상 받는 후원금은 ‘사전이전소득’으로 신고해야 한다. 사전이전소득을 포함한 총 소득인정액이 3인 가구 기준 109만원이 넘으면 기초생활수급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문제는 이씨처럼 차명계좌를 이용한 소득 누락은 현재 시스템에서 딱히 잡아낼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복지 부정수급은 전산 소득 자료상 이상한 점이 발견되거나 수급자 주위에서 신고해주는 경우 조사에 들어간다”며 “차명계좌의 경우 전산시스템에 안 드러나기 때문에 신고가 없는 이상 잡아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지적·정신장애 2급으로 판정 받은 부분도 허점이다. 2급 장애면 지능지수가 50~70 정도로 아이디어를 내고 정보를 통합하는 일은 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하지만 이씨는 치밀한 수법으로 각종 범행을 저지르고 마사지 숍 등 개인사업을 한데다 차량 튜닝을 하고 이를 인터넷에 판매하는 일까지 일상적으로 했다. 이씨는 장애인 판정을 받은 덕분에 연금은 물론 차량에 대한 세금 혜택까지 받을 수 있었다.

제도적 허점을 이용한 기초생활보장 부정 수급 사례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김명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초생활 부정수급 규모는 2012년부터 올해 8월 말 현재까지 789억원에 달했다.

부실한 기부 시스템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선진국의 경우 개인적으로 기부를 받는 경우도 사회복지법인 등에 돈을 맡겨 용도에 맞게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런 시스템이 없으니 이씨처럼 기부금을 유용하는지, 소득 누락을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