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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홍천 가칠봉]오색 단풍 벗 삼아...삶의 쉼표를 찍다

총 5㎞ 거리 3시간 30분 걸리는 등산코스

초반 2㎞ 구간은 60도 급경사로 숨이 턱턱

1,240m 정상에서면 설악·오대산 한눈에

산행후 '삼봉약수' 한 모금이면 피로가 싹

산 아래 도로변에는 단풍이 한창이다.




우리나라에는 이름이 같은 산이나 봉우리들이 많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백운산인데 평창 백운산을 오르기 전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대략 20개에 가까운 백운산이 전국에 산재해 있었다.

이번에 다녀온 가칠봉도 듣기는 많이 들어봤다. 하지만 이번에 찾아가 본 그 봉우리는 양구에 있는 금강산 자락의 가칠봉이 아니라 홍천과 인제 접경에 있는 봉우리다. 두 봉우리는 인접해 있어 잘못하면 헷갈릴 수도 있다. 양구의 가칠봉(加七峰·1,242m)은 한국 전쟁 때 격전지로 유명하지만 홍천 가칠봉(柯七峰·1,240m)은 ‘삼봉자연휴양림’ 근처에 있는 평화롭지만 까칠한 봉우리다.

가칠봉 아래 삼봉자연휴양림내에 있는 삼봉약수터. 코피와 사이다를 섞은 맛이다.


가칠봉이 평화롭지만 까칠하다고 하는 이유는 급격한 경사 때문이다. 그래서 등산 전에 약수를 한 바가지 들이키고 출발하는 게 좋다. 원점 회귀 코스라 내려올 때도 약수터를 마주치는데 내려올 때 물맛이 더욱 좋은 것은 당연지사다. 약수터는 삼봉자연휴양림 안에 있는데 마침 등산로 입구에 있어 수통에 물을 채워 가기에 편하다.

약수의 맛은 오색약수와 비슷한데 사이다에 코피가 섞인 듯한 맛이 난다. 약수 주변이 갈색인 것으로 보아 철분이 많이 함유된 듯싶었다. 약수를 마시고 사방을 돌아보니 산 위에서부터 쏟아져 내린 단풍이 산허리 아래를 뒤덮을 기세다. 단풍이 물들어가는 삼봉자연휴양림의 이름은 주변 산세(山勢)에 기인한다. 앞에 둔 가칠봉과 좌봉인 응복산(1,155m), 그리고 우봉인 사삼봉(1,107m) 등 3개의 봉우리에 둘러싸여 붙은 이름이 삼봉이다.

홍천 가칠봉은 1200여m의 봉우리인데, 산허리 아래는 단풍이 절정이지만 정상께는 이미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을 뿐이다.




삼봉약수는 그 세 개의 봉우리 대각선 중심지에 있는 샘물로 천연기념물 530호로 지정된 우리나라 3대 약수다. 모두에 적은 것처럼 철분이 함유된 약한 탄산수로 3개의 웅덩이에서 솟구치는데 약수터에 플라스틱 바가지가 준비돼 있다.

약수 맛을 봤다면 이젠 산행을 시작할 차례다. 등산로는 두 개가 있는데 먼저 만나는 코스는 2㎞ 거리로 짧지만 경사가 가파르다. 약수터를 지나쳐 들어가는 코스는 3㎞로 길지만 경사는 상대적으로 완만한 편이다. 원점회귀 코스여서 어느 쪽으로 올라가든 5㎞를 세 시간 반 동안 걸어야 한다.

짧은 코스로 등산길을 택한 기자는 산행을 시작한 지 5분도 되지 않아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60도 경사’라는 안내문이 허튼소리라고 생각했는데 허풍은 아닌 듯싶었다. 철심을 박고 가로로 나무를 고여 산행을 돕는 계단들이 곳곳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되풀이했지만 발걸음이 무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속도를 낼 수 없는 산세에다 파란 하늘이 보여 정상인가 싶어 힘을 내 올라가면 내리막길 건너편으로 또 다른 구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단풍은 사라지고 겨울 채비를 끝낸 나무들이 앙상한 가지를 드리우고 서 있다. 내려다보면 단풍 바다고 올려다보면 잎 떨어진 나뭇가지 사이로 파란 하늘과 구름이 보였다. 발아래는 아득하고 머리 위는 삭막한 형국이다. 그나마 위안인 것은 발을 내딛을수록 정상에서 웃고 떠드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가까워진다는 것. 왁자한 소리가 들릴 때마다 기운이 솟아났다. 마침내 도착한 정상에서는 등산객들이 줄을 서서 표지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북쪽으로 보면 멀리 설악산과 오대산이 보인다고 했는데 초행인 기자는 어느 봉우리가 설악이고 어느 것이 오대산인지 알 수 없었다.

내려오는 길은 완만해서 수월하지만 거의 돌계단처럼 조성해놓은 너덜길이라 무릎에 전해오는 충격이 간단치 않다. 산허리부터는 계곡이 시작되는데 간간이 쓰러진 고목들이 길을 가로질러 하산을 방해하고 있다. 사라졌던 단풍이 시작되면서 경사는 완만해져 하산이 임박했음을 암시했다. 한 시간 반쯤 내려오자 먼발치로 삼봉약수터가 보였다. 산에서 내려온 등산객들이 물을 마시고 페트병에 약수를 받았다.

단풍으로 꽃단장을 한 나무들이 계곡을 가려서인지 포장도로를 내려오는 발걸음은 가을과 이별하는 여정 같았다. /글·사진(홍천)=우현석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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