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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대장 김창수’ 청년 조진웅을 깨운 감동실화...“캐스팅은 기다림이다”

이원태 감독 “나에게 깨우침을 준 사람이 바로 조진웅”

치기 어렸던 청년 김창수(백범 김구)가 인천 감옥소의 고통 받는 조선인들 사이에서 모두의 대장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대장 김창수’는 조진웅이 아니면 그 누구도 소화할 수 없었다.

이원태 감독은 초고를 쓸 때부터 조진웅 씨를 염두에 두고 작업했다고 한다. 최근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촬영을 하면서 조진웅은 진짜 영혼이 이입된 김창수, 그 자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19일 개봉한 ‘대장 김창수‘(감독 이원태)는 1896년 명성황후 시해범을 죽이고 사형선고를 받은 청년 김창수가 그린 용기와 희망을 그린 실화 영화.

사실 이원태 감독은 어린 시절 읽은 위인전 ‘백범 김구’가 또렷하게 남아있다고 했다. 어린 소년의 기억 속엔, 어린 김구가 장대 높이뛰기를 해서 담장을 넘어간 삽화가 강렬하게 남아 있었다. 어린 마음에 “아이언 맨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다”는 인상이 남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나이를 먹고 아들과 함께 상해임시정부를 간 감독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작고 초라해서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 때 아들과 찍은 사진도 보여준 감독은 “김구 선생님의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조진웅은 암흑의 시대, 감옥소에서 탄생한 대장 김창수로 분했다. 특히 역사 속 위인의 가장 빛나던 시절이 아닌, 위대한 리더로 거듭나기 위해 알을 깨고 나가는 ‘김창수’의 출발점에서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그리고 있다. 김구 선생이 그런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결정적 계기는 치하포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고 죽음의 문턱에 섰던 스무 살, 감옥에서의 참혹한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감독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김구 선생의 빛나는 순간 말고, 그 빛나는 순간을 위해 겪을 수 밖에 없었던 고통의 시간을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김창수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 모든 것을 던진 인물이다. 일본인 자객을 죽이고 사형선고를 받은 그는 사형 집행 날 살아난다. ” 왜 그 분은 그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는지에 주목한 영화 ‘대장 김창수’가 그렇게 탄생했다.

김구 선생의 고통의 시간을 진심을 담아 그리고 싶었다는 집념에 이어, 주인공은 다른 누구도 아닌 ‘조진웅’이어야 했다. 이미 영화를 다 찍었기 때문에 함께 한 배우를 치켜세우기 위한 발언이 아니었다. 감독이 원했던 건 계산된 연기가 아닌 영혼이 담긴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였던 것.

”조진웅과 친분은 없었지만 그의 작품을 보면서 꼭 한번 함께 작업하고 싶었던 배우였다. 진웅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내 나름의 소원이었다. 저렇게 좋은 배우와 작업을 하면 어떨까? 란 생각을 했으니까. 조진웅씨가 작은 역할을 할 때도 눈에 들어왔고 상당히 좋아했어요. 그 배우가 너무 경이로운 느낌을 줘서 제 위시리스트에 있었다.“

영화 ‘대장 김창수’를 연출한 이원태 감독/사진=조은정 기자


/사진=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대장 김창수’ 초고를 써서 장원석 대표(제작사 비에이엔터테인먼트)에게 첫 전화를 하던 순간도 잊을 수 없다. 장대표에게 전화를 하면서 ‘난 조진웅이랑 꼭 해야 할 것 같다’고 말을 한 감독. 돌아온 답은 ‘나 지금 진웅이 집에 가고 있어요.’ 였다. 이 감독은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떨렸다.

“장 대표에게 진웅이에게 시나리오는 아직 보여주지 말라고 말했다. 초고라 시나리오는 더 만지고 싶었다. 대신 일단 작품에 대해 말 해놔서 해야 한다는 걸 심어논다고 해야 할까. 물론 솔직한 장대표가 진웅이 반응을 그대로 전해줬다. 진웅이가 ‘못하겠다’고 했는데 난 끈질기게 해야 된다는 입장이었다.”

그렇게 4년의 시간이 흘렀다. 감독과 배우의 첫 미팅의 시간이 됐다. 조진웅은 “자꾸만 생각할수록 결국 ‘이번엔 내 차례인가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아픔을 겪지 않게 내가 뭔가를 할 수 있다면 기꺼이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정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감독은 “역사적 위인을 연기하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에 몇 차례 고사했고, 결국 하기로 했고 그런 부담감으로 시작하겠지만 내 믿음은 변치 않았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결과물을 받아들고선 “감동이었다”는 말로 만족감을 표했다.

“첫 미팅이 끝나고 다들 모여 맥주를 마시는데, 진웅이가 제 손을 딱 붙잡고선 ‘마 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너무 신기했다. 몇 년 전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대장 김창수’란 제목은 실제로 역사적인 사실에서 착안했다. 실제로 김창수가 사형 집형날 끌려가는날 죄수들이 목청껏 외친 말이 바로 ‘대장 김창수’ 였던 것.

“죄수들이 외쳐요. 길을 비켜라! ‘의병 좌통령 대장 김창수 나가신다’고. 거기에서 뽑은거죠. 구한말 을미사변 이후에 전국에서 의병이 일어났는데, 조직편제가 백범일지에 그대로 나와있다. 모든 죄수들이 창살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그렇게 외쳤다고 한다.”

나라를 위해, 민족을 위해 자신의 목소리 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김창수’. “죽은 자는 있는데, 죽인 자는 없는 것이 지금 이 나라다. 바로 이것이 나라가 곤란한 것”이라 목청 높여 소리치는 김창수이자 조진웅의 말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조진웅과의 작업은 캐스팅에 대한 인식 역시 바꿔놓았다. 그 전에 영화 작업을 하면서 캐스팅 고충을 겪었다고 한다. A급 배우에게 시나리오를 주고 하염없이 연락이 오길 기다린 것. 물론 연락은 쉽게 오지 않았다. 그렇게 작품이 엎어진 경우도 있었다.

“이번에 ‘대장 김창수’를 하면서, 캐스팅은 고르는 게 아니라 ‘기다림’이다는 걸 깨달았어요. 진심으로 한 사람을 보고 기다리는 것도 캐스팅이구나란 생각을 했다. 진웅이랑 친한데, 친한 와중에 ‘나에게 깨우침을 준 사람’이 바로 조진웅이란 배우입니다.”

‘대장 김창수’는 김구 선생의 후손들이 만족스러워 한 영화이기도 하다. 김구 선생의 첫째 손자 김진은 “영화로 만들어지며 역사가 왜곡될까 걱정됐다. 논픽션이지만 탄탄한 스토리텔링이 좋았다”고 솔직한 감상평을 전했다. 유가족이 만족스러워하자, 감독 역시 조진웅이 계속 안고 간 부담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한다.

“완성품 나오기 전에 믹싱 하는 과정에 김구 선생의 직계 유가족 시사를 했다. 그 때 제일 떨렸다. 다른 관객분들보다 그 분들이 욕을 하면 제가 감당을 못할거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진웅이도 부담이 얼마나 컸겠나. 유가족 분들이 시사를 보시고 고마워하셨다. 진웅이를 한번 만나고 싶어할 정도로 고마워해서 ‘이젠 됐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 진짜 좋습니다’라고 말하는데, 그때 조진웅이 제일 빛나는 순간이었다.”

영화 ‘대장 김창수’를 연출한 이원태 감독/사진=조은정 기자


“유가족분들은 처음에 영화가 만들어진다고 했을 땐 독립운동 이야기일지 알았다고 했다. 시사를 보시고선, 저희 할아버지의 숨겨진 이야기를 사람들이 많이 모르는데, ‘감독님은 어떻게 이 이야기를 할 생각을 했냐’ 며 저에게 너무 고맙다고 하셨다. 그 날 밤에 너무 너무 행복했다. 그 이후로 용감해졌다. 내가 ‘나쁜 짓을 하지 않았구나’란 생각이 힘이 나게 했다.“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 [아름다운 TV 얼굴] 등의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영화 ‘가비’(2012), ‘파파’(2012)등을 기획한 이원태 감독은 이미 방송계에서 정평 난 이야기꾼이다. 실존 인물 ‘김창수’가 자신의 인생의 방향을 잡은 계기를 마련해준 인천 감옥소에서의 625일간의 이야기를 기록한 영화 ‘대장 김창수’를 통해 그는 “절망 속에서 희망을 건져 올린 한 젊은이의 숭고한 마음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며 맑게 웃었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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