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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고은, 아시아문학페스티벌 조직위원장 수차례 고사했던 이유는

남북겨레말큰사전 편찬작업에 엄두 못내

올해 웹사전이라도 완성하는게 1차 목표

詩 쓰기·자잘한 외부강연까지

“나, 할일 많고 몹시 바쁜 사람”



시인 고은은 지난 3일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의 조직위원장을 맡아달라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의 제안을 수차례 거절한 것에 대해 “할 일이 아직 많고 나는 몹시 바쁜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한국 문학, 더 나아가 아시아 문학과 세계 문학을 잇는 가교역할을 해줄 만한 적임자가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스스로 잘 알기에 고심 끝에 수락했지만 페스티벌 준비를 위해 동분서주하면서도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한다.

우선 시인의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업은 남북겨레말큰사전 편찬이다. 그는 현재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데 남북 관계가 악화일로를 거듭하면서 사전 편찬 작업도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고 있다. 우선은 올해 안에 웹사전이라도 완성하는 것이 시인의 1차 목표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시인으로서 작업 또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지난해 ‘초혼’이라는 시집을 내놓은 고은은 지금도 매일매일 시상을 떠올리고 작품을 구상하는 것을 일상의 가장 큰 즐거움으로 삼고 있다. 시인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질문에 “시를 써야지 시를…”이라며 “어젯밤에도 한 작품 교정을 봤다”고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날 인터뷰를 통틀어 시인이 가장 밝고 환한 미소를 지은 순간이었다.

시인은 올해 9월 말 경기도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팀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 경기 시작 전에 창작시 낭송과 함께 시구도 했다. 그가 KT 위즈의 연고지인 수원 시민인 까닭에 KT 측의 시구 요청을 받아들여 성사된 것이다. 이날 고은은 ‘허공이 소리친다, 온몸으로 가자’라고 시를 읊었다.



도저히 쉴 틈 없어 보이지만

내년 2회 페스티벌 걱정하기도

시 쓰기와 사전 편찬, 자잘한 외부 강연까지 포함하면 쉴 틈이 없어 보이지만 고은은 내년에 열릴 제2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을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었다. 고은은 첫해 행사의 조직위원장 자리를 마지못해 수락했지만 다음 페스티벌의 살림살이도 자신이 꾸려야 할지 모른다고 예감하는 듯 보였다. 시인은 “내가 참 시간은 없고 할 일은 많은데 말이야…”라며 “아직 결정된 건 없지만 (조직위원장을) 또 맡게 될 수도 있고…”라고 말끝을 연이어 흐렸다. 이 말줄임표 안에 담긴 것은 어떤 영역을 먼저 개척한 자의 본능적인 사명감이자 여전히 자신을 필요로 하는 후배들의 소망을 내치지 못하는 고운 성품이 아닐까 생각했다.

한편 시인은 올 2월 이탈리아의 대표적 문화재단 중 한 곳인 로마재단이 주는 ‘국제시인상’을 아시아 문학인 최초로 수상하는 등 여전히 세계를 향해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나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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