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신세계 이마트 그룹에서 제주 소주를 인수하여 새롭게 런칭한 소주 브랜드 ‘푸른밤’이 순항을 하고 있다. 보수적인 주류업계에 출사표를 던진 푸른밤은 제주 이마트 기준 전체 소주 카테고리 내에서 7% 이상의 판매 비중을 차지하며 130만병을 판매기록을 세우고, 출시 한 달 만에 몽골에 수출하는 등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푸른밤이 시장에서 이렇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게 된 데에는 다양한 요소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기존 소주와는 조금 다른 컨셉으로 형성된 브랜드 이미지가 주목받고 있다. 그 배경에는 이마트와 함께 푸른밤 런칭을 위해 협업한 브랜드 컨설팅 에이전시 ‘엔스파이어’가 있었다.
강남구 신사동 소재의 브랜드 컨설팅 에이전시 엔스파이어는 초기 컨셉 기획부터 최종 디자인까지, 브랜드와 관련한 전반적인 브랜딩을 컨설팅하는 에이전시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지점들을 전략적으로 디자인한다. 2016년 3월에는 로펌 디자인 혁신 프로젝트로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iF에서 본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력이 있다.
푸른밤은 이마트가 제주도에 있는 소규모 소주 회사를 인수하면서 시작된 프로젝트지만 이마트는 제주도가 가진 특유의 청정 이미지만을 살릴 뿐, 전국적인 소주 시장이 목표인 만큼 제주도의 향토적인 이미지를 배제하길 원했다. 엔스파이어는 이러한 브랜드 의도에 착안하여 소주에 대한 대중의 일반적인 인식을 그대로 활용하되 브랜드 네이밍과 패키지, 키비주얼(key visual) 개발 등에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제품 관점에서 보았을 때 푸른밤은 ‘제주도의 깨끗한 수원지’에서 생성한 제품이라는 특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브랜딩과 네이밍 과정에서 이러한 물적 속성을 강조하기 보다는 오히려 사람들이 소주 한잔 기울이면서 보편적으로 나누는 서에 집중하는 것이 브랜드의 컨셉과 맞다고 판단했다. 1세대 제품들이 소주 성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물’의 깨끗함을 강조했다면(예. 참이슬) 2세대 제품들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현실 관계를 강조하는 내용이 주로 담겼다. (예. 처음처럼, 좋은데이) 3세대에서는 현실 관계를 넘어서, 이상적인 심상을 강조하여 사람들이 푸른밤을 마시며 낭만적인 제주의 분위기를 떠올릴 수 있도록 기획했다. ‘푸른밤’ 이라는 네이밍은 바로 이러한 컨셉에서 탄생한 결과물이다.
네이밍 개발 과정 못지 않게 디자인 역시 많은 시안들을 거쳤다. 소주 시장 특성상 기존 디자인 관행을 상당 부분 수용하면서 시장의 이목을 끌기 위한 새롭고 혁신적인 디자인 방향을 제안했다. 브랜드가 가진 제주의 심상을 드러내기 위해 제주 자연물을 핵심 모티브로 한 디자인을 개발하는 동시에 미세한 터치 하나까지 꼼꼼하게 조율하여 전체 디자인 톤앤매너를 통일되게 가져갔다.
엔스파이어는 이마트 외에도 신세계그룹, 삼성전자, GS 리테일, 아웃백 등 국내외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브랜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엔스파이어 김성민 대표는 “앞으로 더 많은 브랜드들이 소비자들과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도움을 주는 브랜딩 컨설팅 에이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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