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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②]‘7호실’ 이용승 감독, 을끼리 사투를 벌이는 대한민국 소시민들에게 전하는 ‘용기’

피곤한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소시민들에게 용기와 행운을 주는 영화 ‘7호실’이 찾아왔다.

15일 개봉한 ‘7호실’은 서울의 망해가는 DVD방 7호실에 각자 생존이 걸린 비밀을 감추게 된 사장(신하균)과 청년(도경수), 꼬여가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남자의 열혈 생존극을 그린 영화다.

2014년부터 이용승 감독은 제작사 명필름과 함께 트리트먼트, 시나리오를 개발했다. 두식을 중심으로 풀어가다 태정의 비중이 점점 커졌다고 한다. 그렇게 40대 자영업자와 20대 청년의 뼈대가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DVD방 알바를 한 감독의 경험이 녹아있다.

이용승 감독 /사진=조은정 기자




“DVD방 알바를 이틀 했다. 영화를 좋아하니까 한번쯤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이틀하니 영화를 보는 곳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못하겠더라. 못하겠다고 말하니 주인이 ‘내가 관상을 잘 볼 줄 아는데, 넌 이런 거 할 줄 사람이 아니야’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DVD 방 할 관상은 어떤 걸까? 란 의문이 들었다.”

영화 속 DVD방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낚여서 들어오는 곳으로 그려진다. 이 감독은 ‘폭탄 돌리기’ 에 걸려든 이들이 오는 곳이다고 했다.

“DVD방을 차리는 걸 꿈꾸면서 하는 게 아니라, 가격이 맞아서 들어오는 곳에 가깝다. 상권이 활기찬 압구정이란 이름 값을 믿고, 들어왔는데 알고 보면 아닌 곳이 바로 그곳이다. 그런 안타까운 사람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7호실’은 사는 게 스릴러인 한국 자본주의의 그늘을 소묘한 블랙코미디 영화다. 그 속에 눈에 띄는 이고 씩씩하고 성실한 조선족 복덩이 알바생, 한욱 (김동영)이다. 매출을 늘려 하루 빨리 가게를 빼기 위해 두식이 긴급 고용한 신입 알바이다. 그가 온 이후 손님이 술술 늘어나고 때마침 가게를 보러 온 이가 매수에 관심을 표한다. 그러나 희망은 쉽게 오지 않는 법, 불의의 사고가 한욱과 두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욱’의 등장과 반전은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 을 떠올리게도 한다.







“복덩어리 같은 조선족 캐릭터를 그리고 싶었다”는 감독의 바람과 함께 한욱이로 인해 두식에게 벌어지는 트라우마를 드라마적으로 담아내기 위함이다. 두식은 한욱으로 인해 자신을 바로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특히 버릴 수도 가져 갈 수도 없는 ‘삶’이 짐처럼 느껴지는 마지막 장면은 긴 여운을 남긴다.

“마지막 장면은 두식의 죄의식은 물론 여러 복합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한욱의 퇴장을 좀 더 설명하자면, 우리는 흔히 ‘을’이라고 말하는데 그 뒤 더 아래 ‘을’들이 있다는 의미다. 갑과 을의 관계처럼 보이지만 결국 을과 을의 관계인 것이다. 최하위층 조선족 알바생이 사라졌는데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코리안 드림을 가졌던 인물이 한국 사회에서 사라져버리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던지고 싶었다.”



영화 ‘지구를 지켜라’에서 신하균과 호흡을 맞췄던 여배우 황정민은 이번 ‘7호실’에서 두식의 누나로 분했다. 이용승 감독은 ‘신하균 황정민 두 배우분의 대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캐스팅을 했다고 한다. 전작인 ‘10분’을 같이 작업한 정승길 배우는 황정민의 남편으로 등장한다. 이 감독은 “신하균 황정민 정승길 배우가 명절에 누나 집에서 밥 먹는 장면이 좋았다”고 웃었다.

블랙코미디를 가미한 스릴러 ‘7호실’은 지난 7월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부천 버전에 비해 6분 정도가 추가된 정식 개봉본은 세부적인 수정 외에도 마지막 장면이 다르다고 했다.

이용승 감독


망해가는 자영업자와 알바비도 밀려있는 알바생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 ‘7호실’을 한마디로 감독은 “자구책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애정 또한 거두지 않았다.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인턴사원의 우여곡절을 그린 첫 장편영화 ‘10분’에 이어 약자의 삶을 그린 감독은 “꼬이기만 하는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방법을 찾아준다는 의미가 아닌, 좀 더 인생에 닥친 문제를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길” 바랐다.

“영화감독으로 살아가는 것도 만만치 않다. 영화를 만드는 것도 제 힘으로 하는 게 아니다. 그 안에서 바둥거리면서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현재 대한민국 시스템 안에서 스스로 해결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을 하는데 각자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성실하게 하루를 살아가지 않나. 자구책을 찾는 나와 같은 소시민들에게 도덕적인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10분’이든 ‘7호실’이든 한명의 관객이라도 더 봤으면 한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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