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SE★인터뷰] ‘고백부부’ 장나라 “남자 役 해보고 싶어..틸다 스윈튼 너무 매력적”

배우 장나라가 ‘고백부부’로 새삼 연기력에 호평세례를 받았다. 한 아이의 엄마이자 엄마를 그리워하는 딸로 줄곧 눈물을 쏟는 실감 나는 내면 연기를 보여줬다. ‘인생캐릭터’를 경신한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20년차 배우가 들을법한 반응으로써는 다소 이질적이기도 한데, ‘고백부부’ 속 그의 열연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배우 장나라 /사진=라원문화




KBS 2TV ‘고백부부’는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 38살 동갑내기 앙숙 부부의 ‘과거 청산+인생 체인지’ 프로젝트를 그린 예능드라마. ‘마음의 소리’로 코믹 드라마를 선보였던 하병훈 감독과 권혜주 작가가 웹툰 ‘한번 더해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극중 장나라는 마진주 역을 맡아 남편 최반도(손호준 분)와 이혼의 위기를 겪고서 1999년으로 타임슬립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서로에게 지긋지긋함을 느끼기 이전에 과거를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서 마진주는 결국 다시 최반도와 ‘미운 정 고운 정’을 안고 연인 관계를 발전시켰다.

과거 캐릭터들보다 한층 고민이 묻어나는 성숙한 캐릭터를 연기함으로써 장나라는 드라마의 재미와 공감을 모두 이끌어냈다. 이에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카페에서 만난 장나라는 “너무너무 감사하다. 열심히는 했는데 잘 한지는 몰랐다. 주변에서 잘 만들어주신 것 같다. 친구들(손호준, 허정민, 한보름, 이이경, 조혜정)이 다들 나를 진짜 마진주처럼 대해줬고 스태프들도 나를 20대로 보이도록 잘 꾸며줬다. 같이 연기한 사람들이 나를 어떤 시선으로 봐주느냐에 따라 시청자들도 그렇게 봐주신 것 같다. 내가 한 것보다 같이 만든 것이 반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고백부부’는 비록 12부작으로 짧게 끝이 났지만, 1999년의 정취와 부부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공감가게 그린 ‘웰메이드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장나라는 “생각보다 많이 재미있게 봐주셔서 좋았다. 내가 결혼한 것은 아니니 공감하기는 어려웠는데 감독님께서 디테일하게 설명해주셔서 잘 연기할 수 있었다. 많은 분들이 자기 얘기 같다고 얘기해주셔서 신기했다. 육아도 안 해봤기 때문에 화장실에서 아이를 안고 연기하는 것도 어색했다. 감독님께서 와이프분께 얘기를 많이 들으셨는지 소소한 디테일을 많이 알려주셨다”고 촬영 과정을 떠올렸다.

극중 2017년 38세에서 1999년 20세로 타임슬립하는 마진주와 실제 1981년생인 장나라의 세대는 일치했다. 덕분에 캐릭터 연구를 위해 결혼한 친구들로부터 ‘리얼 결혼생활’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고. “일단 남편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생각보다 결혼생활들이 격하더라.(웃음) 살다보면 연애 때처럼 달달한 느낌만은 아니란 걸 느꼈다. 굉장히 현실적이어서 깜짝 놀랐다. 그 밖에도 연기를 위해 육아 게시판, 결혼 게시판 글을 많이 봤는데 거기서 느낀 게 많았다. 역시 30년을 따로 산 사람끼리 만나서 사는 게 쉬워보이진 않더라.”

배우 장나라 /사진=라원문화


대학 시절 과 수석에 남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렸던 마진주는 38세, 독박육아에 지쳐 자존감마저 잃고 초라한 현실에서 “이혼”을 외쳤다. 이 같은 ‘현실 결혼생활’을 연기한 소감으로는 “인관관계 자체에 대해 깨달은 것 같다. 결혼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지니던 생각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배우자는)하늘에서 주시는 거라 생각한다. 내려놓고 있으려고 한다. 내가 결혼하고 싶다고 해서 결혼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며 결혼관까지 밝혔다.

‘고백부부’ 속 장나라의 비주얼은 적잖이 놀라웠다. 그간 흐트러짐 없는 깜찍함과 러블리함을 보여줬던 그가 이번엔 다 늘어난 티와 바지를 착장하고 아름다움을 포기하면서까지 마진주를 표현했기 때문. 그럼에도 ‘고백부부’는 장나라의 마음을 움직인 요인이 있었다. “대본이 일단 너무 재미있었다. 생활감도 있었다. 어렵지 않고 진정성이 있었다. 특히 김미경 선생님이 출연하신다고 하셔서 이틀도 고민하지 않았다. 선생님과는 2011년 ‘동안미녀’에서 함께 한 적이 있다. 올해 초에 같이 연기할 뻔하다가 안 됐는데, 이번에 같이 하면서 운명이라 생각했다.”

마진주 엄마 고은숙 역의 김미경에 대해 무한 애정을 드러낸 장나라는 극중 두 사람의 모녀연기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마진주는 2017년 엄마의 죽음을 겪고 그리움과 상실감에 젖어 있다가 1999년의 고은숙을 만나곤 깊은 애착을 보였다. 장나라는 “(김미경)선생님과 연기할 때는 감정 잡을 필요도 없이 저절로 눈물이 났다. 같이 있기만 해도 연기가 잘 됐다. 선생님을 안고 있을 땐 너무 따뜻해서 정말로 졸기도 하고 그랬다”고 말했다.

한국대 친구들과의 의리도 남달랐다. 손호준(최반도 역), 허정민(안재우 역), 한보름(윤보름 역), 이이경(고독재 역), 조혜정(천설 역)과는 드라마를 떠나서도 친분을 유지했다. “혜정이, 보름이 다 너무 가까워졌다. 남자 애들도 너무 예뻤다. 내가 젤리를 좋아하는데 어느덧 호준이도 좋아하게 됐다. 젤리를 쩝쩝 대는 기분이 너무 신난다. 그 친구들과 얘기할 때 너무 행복하다. 그 친구들이 없었으면 나도 마진주를 만들 수 없었을 거다. 그림엽서처럼 반짝반짝하다. 생각만 해도 너무 기분 좋은 드라마를 얻었다. 이번에는 뭔가 특별했다. 이전에도 친한 동생들이 있었는데 이번 친구들은 한 묶음으로 색다른 의미가 됐다.”

장나라에게도 마진주처럼 타임슬립하고 싶은 순간이 있을까. 의외로 돌아온 대답은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였다. “지금까지 열심히 산 것 같다. 다시 수고를 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이 좋은 것 같다. 지금 나름의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 20대 때는 건강이 몹시 안 좋았다. 비몽사몽한 일이 많았다. 워낙 스케줄이 많아 인지하지 못한 순간에서 촬영을 하고 노래를 했었다. 그 자체가 나를 지치게 했고 여기저기 많이 아팠다. 장, 위에도 구멍이 나고 식도염도 났다. 21살짜리의 간수치도 떨어졌었다.”

“물론 그 당시의 활동이 굉장히 감사한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정신없이 일하니 성취감이 떨어지더라. 의식이 있는 지금이 좋다. 어른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대중의 사랑에 응답해야 해서 더 많이 일을 하게 된 것 같다. 너무 감사하지만 피폐해지는 면이 있었다. 그러다 태도와 환경이 변하면서 서서히 의식이 변한 것 같다. 그 때(정신없이 활동한 때)가 한 번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번 반복되면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지금은 내가 고민하고 결정하고 사람들과 만나서 여유를 부리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게 굉장히 큰 축복인 것 같다.”



배우 장나라 /사진=라원문화


그러면서 장나라는 중학교 졸업 무렵부터 연예계 생활을 시작한 과정을 떠올렸다. “아버지(배우 주호성)는 데뷔를 늦게 했으면 했고, 나는 일찍 일하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저의 롤모델 이었는데, 이기고 싶은 마음에 일찍부터 연예인이 되고 싶었다. 아버지를 보며 연예인을 꿈꿨지만 이후의 방향은 아버지와 달랐다. 아버지는 언젠가 무대에서 같이 연기해보자고 하신다.”

반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장나라를 주호성의 그늘 안에서 평가하는 대중의 잣대에는 섭섭함을 토로했다. “아버지 얘기를 많이 하는 게 즐겁지는 않다. 그 얘기를 했을 때 ‘아버지의 그늘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나이만 먹었다’고 생각해서 그렇다. 너무 오랜 시간 그런 얘기를 많이 들으니까 지치는 면이 분명 있다. 지금도 그런 시선이 있다. 아빠도 아빠의 삶, 나도 나의 삶이 따로 있는데 대중은 문제가 있는 걸로 본다. 아빠와 나에 대해 너무 함부로 얘기되어지는 것 같아 아쉽다.”

장나라의 연예계 생활 중 오랜 중국활동 기간을 빼놓을 수 없다. 2006년 중국드라마 ‘댜오만 공주’로 중화권에서 뜨거운 사랑을 받기 시작해 ‘순백지련’ ‘장미저택’ ‘띠아오만 어의’ ‘경마장’ 등 잇단 작품을 통해 한류스타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처음엔 잠깐 가는 줄 알았는데 오래 활동하게 됐다. 아빠가 빅픽처를 그리고 계셨다. 가서 힘들긴 했는데 인복이 많은 편이어서 좋은 사람들과 일하고 정을 많이 느꼈다. 1년 동안은 비행기에서 내리면 배탈이 났다. 어딜 멀리 가는 게 스트레스였나 보다. 그래도 혼자 공부하는 유학생보다는 안 힘들었다고 생각한다.”

장나라에게 연애 소식은 언제 찾아올지 묻자 “나에게 좋은 사람도 눈에 안 띄고 나를 좋다고 하는 사람도 없다. 그런지 꽤 됐는데 안 생긴다. 집순이이긴 한데 그건 핑계인 것 같다. 생기려면 얼마든지 생겼어야 한다. 가끔 기도는 한다.(웃음) 이상형은 남자다운 남자가 좋다. 돈이 없어도 자기가 사는 데에 신념이 있었으면 좋겠다. 말장난, 거짓말 하는 사람은 남자든 여자든 싫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좋다. 내가 마음을 줬을 때 그 형태를 오해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주는 게 좋다”고 터놓았다.

“내가 살가운 편은 아니다. 좋고 싫음이 명백하다. 그런데 한 번 누굴 좋아하면 나이 차이를 안 가리고 들러붙기 시작한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애교를 핀다. (조)혜정이한테도 그랬고, 김미경 선생님한테도 밀가루처럼 붙어서 막 안겼다. 그런 게 어리게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남자를 좋아하면 막상 그게 안 된다. 그게 되면 좋겠는데 뜻대로 안 된다. 진짜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그게 안 된다.”

배우 장나라 /사진=라원문화


중학교 때 작은 역할부터 2000년 시트콤 ‘뉴 논스톱’, 2002년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 ‘내 사랑 팥쥐’, 영화 ‘오! 해피데이’ 이후 드라마 ‘사랑을 할 거야’ ‘웨딩’ ‘동안미녀’ ‘학교 2013’ ‘운명처럼 널 사랑해’ ‘미스터 백’ ‘너를 기억해’ ‘한번 더 해피엔딩’ ‘고백부부’까지 다양한 작품에 출연한 장나라가 앞으로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에는 나이 제한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그런 게 덜해지고 남자, 여자 성별에 대한 제약이 덜해지면 영화, 연극, 드라마 어디서든 남자 역할을 해보고 싶다. 예전엔 여성극이 있었는데 그게 매력 있게 보였다. 여자 수사반장도 해보고 싶다. 내가 빠른 편이라 몸 쓰는 액션을 해보고 싶다. 영화 중에 ‘콘스탄틴’과 ‘밀레니엄’을 좋아한다. ‘콘스탄틴’에서 틸다 스윈튼이 타락한 천사로 나오는데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르게 등장한다. 그게 너무 매력 있더라. 내가 기독교인데도 그런 퇴마영화 같은 걸 좋아한다.”

장나라는 여전히 연기에 목이 마르다. 오랜 중국 활동에서 온 갈증일 수도 있겠다. 앞으로 국내 활동에서 깊이를 더하는 배우가 되고자 한다. “방송도 공중파, 종편, 케이블 등 플랫폼이 많아지지 않았냐. 여러 가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이 하고 싶다. 한동안 너무 오래 중국에 있었다. 2011년까지 중국에 있다 보니 한국에서 연기하고 싶었다. 내 나라 말로 연기하고 싶은 갈망이 컸다. 정말 작품이 좋으면 가리지 않고 하고 싶다. 연기에 대한 성취감도 계속 커지고 있다. 나는 재주가 딱히 없어서 연기가 나를 증명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장나라에게 힘이 되는 존재는 그가 기르는 개 한 마리에 고양이 세 마리, 그리고 가족이다. “스트레스 많이 받을 때는 그냥 자던가 생각을 비운다. 진짜 힘들 때는 아무생각 안한다. 가족이 힘이 된다. 가족이 가장 이해를 잘 해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우리 가족은 무조건 힘 되는 말만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굉장히 솔직하게 얘기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모 아니면 도다. 우리는 재미있는 가족인 것 같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