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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밖으로 나왓!’ 연출한 노다 히데키]"타인에 대한 관용 실종...불통사회 꼬집은 오싹한 우화"

일본어 원작 영어버전으로 재탄생

배우 성별 바꿔 극명한 모순 표현

26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

노다 히데키




연극 ‘밖으로 나왓!’에서 노다 히데키(뒷줄 오른쪽)가 엄마 ‘부’ 역할로 열연하고 있다. /사진제공=도쿄예술극장


고전극배우협회 623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외출해야 하는 아빠 ‘보’ 3개월 전부터 아이돌그룹의 콘서트를 기다려온 엄마 ‘부’ 내일 아침 먹을 브런치를 먹기 위해 당장 밤부터 줄을 서야 한다는 딸 ‘피클’. 누군가 한 사람은 집에 남아 임신한 강아지 ‘프린세스’를 돌봐야 하지만 각자의 욕망과 집착에 눈이 먼 이들은 누구 하나 양보할 생각이 없다. 격한 싸움 끝에 휴대폰은 부서지고 세 사람은 쇠사슬에 묶여 수개월째 물과 음식도 먹지 못하고 집안에 갇힌다.

국립극단이 23~26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이는 연극 ‘밖으로 나왓!’은 일본을 대표하는 극작가 겸 연출가 노다 히데키의 대표작으로 집착에 빠져 이해와 소통이 불가능해진 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우리 시대의 모순을 드러낸다. 2010년 일본어로 초연한 연극이 우스꽝스러운 소재와 배우들의 슬랩스틱 연기를 강조한 코미디였다면 영어 버전으로 선보이는 이번 무대는 팽팽한 긴장감을 더한 부조리극으로 변신했다.

이번 작품에서 작가, 연출가, 배우로 1인 3역을 소화하는 노다 히데키가 2005년 ‘빨간 도깨비’, 2013년 ‘더 비(THE BEE)’, 2014년 ‘반신’ 이후 3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23일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난 노다 히데키는 “7년 전에는 1995년 종말론적 신흥종교인 옴진리교가 도쿄 지하철에 사린가스를 살포한 테러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극본을 썼는데 영어 버전으로 다시 제작하면서 좀 더 보편적인 오컬트를 소재로 삼았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관용 없는 사회의 최후’가 점점 더 현실화된 탓에 이야기를 크게 바꾸지 않았는데도 오싹한 우화가 됐다”고 설명했다.

영어 버전의 제목은 ‘원 그린 보틀(one green bottle)’이다. 10병으로 시작해 한 병 씩 숫자를 줄여나가는 영국 동요 가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어린이들에게 뺄셈을 가르치기 위해 부르는 노래인데 집착과 단절 속에 중요한 삶의 가치를 하나씩 잃어가는 현대인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너는 없고 나만 있는 불통사회에서 우리가 무엇을 잃었는지 관객마다 자기 경험과 가치관에 따라 여러 가지를 떠올리게 될 겁니다. 연극에서 보여주는 부조리는 스마트폰 속 세상만 들여다 보며 누가 만든 지도 모르는 정보를 소비하는 현대인일 수도 있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디지털 기기에 쏟아내는 말처럼 무책임하고 가벼운 말만 일방적으로 내뱉는 현대사회일 수도 있죠.”



극단으로 치달은 현 시대의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배우의 성별도 뒤바꿨다. 노다 히데키는 엄마로 분하고, 딸은 영국 남자배우 글린 프릿처드, 아빠 ‘보’는 영국 최고 권위의 ‘올리비에 연극상’을 수상한 여배우 캐서린 헌터가 맡았다.

그는 “여성은 남성을, 남성은 여성을 폄하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자 역을 맡은 남자 배우가 남성을 비하할 때 관객은 물론 배우 자신도 비틀기의 미학을 즐길 수 있다”며 “앞서 여러편의 연극에서 여자 역할을 맡았는데 여자 연기를 할때마다 정말 즐거웠다”며 웃었다.

이번 작품의 또 한가지 특징은 일본 전통극 ‘노’의 스타일과 서양의 고전적 연극 기법을 섞어 기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특히 일본의 인간문화재 다나카 덴자에몬 제13호가 음악과 음향으로 참여해, 가부키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한다.

극단 노다·맵을 이끌고 있는 노다 히데키는 일본과 한국은 물론 영국을 포함한 유럽 지역에서도 국제공동제작 연극을 선보이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연출가다. 도쿄대 법대를 중퇴하고 극작가 겸 배우로 연극판에 뛰어든 뒤 연출로 보폭을 넓혔고 특유의 상상력과 감각적인 연출로 올리는 작품마다 매진 기록을 세우는 스타 연출가가 됐다. 그는 국내에서도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처음 한국에서 공연했을 당시 관객들이 발을 구르며 환호하는 모습에 ‘한국의 극장은 뜨겁다’는 생각을 했는데 ’빨간도깨비’와 ‘반신’ 때 한국 배우들과 작업해 보니 그들의 집중력도 정말 뜨겁더군요. 한국은 저에게 중요한 홈그라운드입니다. 내년에는 한국 배우들과 함께 작품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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