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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의 향기] 안평대군의 소원화개첩

국보238호 안평대군의 ‘소원화개첩’. /사진제공=문화재청




세종대왕의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 이용(1418~1453)은 글씨가 어찌나 뛰어났던지 명나라 사신이 조선을 방문했을 때 글을 간곡히 청해 받아갔을 정도다. 심지어 조선 사람들이 중국에서 “좋은 글씨를 구하고 싶다”고 하면 “제일가는 실력자가 당신 나라에 있는데 뭣 하러 멀리서 구하나”라고 되물었을 정도로 일찍이 ‘한류스타’로 명성을 알렸다. 국보 제238호 ‘소원화개첩’은 안평대군의 작품으로 진본임이 확인된 것으로는 국내에 유일하다. 안평대군은 어려서부터 시서화(詩書畵) 모두에 능했는데 형 수양대군과의 정권 다툼으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죽은 뒤 그의 글씨가 불태워져 현재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비문에 새겨진 것 정도뿐이다. 자신이 꾼 꿈을 화가 안견에게 그리게 한 ‘몽유도원도’의 발문에서 그 글씨를 확인할 수 있지만 일본 덴리대가 소장하고 있다. 소원화개첩은 A4용지 정도 크기의 비단 위에 행서체 글씨 56자가 들어 있다. 원래의 시는 당나라 시인 이상은이 지은 것인데 원문을 조금 다르게 변주하기도 했다. 조맹부체의 영향을 받았으나 그보다 더 웅장하고 활달한 기품을 드러낸 안평대군의 행서체를 볼 수 있다. 글 끝에는 낙관과 도장이 찍혀 있다. 고미술수집가 서정철씨가 경북 안동의 고택에서 발견한 후 10년간 공을 들여 소장하게 됐고 지난 1987년 국보로 지정됐다. 그러나 2001년 자택에서 도난당해 지금은 행방이 묘연하다. 해외 반출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경찰이 인터폴에 요청해 도난문화재로 국제 수배해둔 상태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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