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년 전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 폭스뉴스에 출연해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만찬을 제공하지 않고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이며 일이나 하자고 할 것이다.”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시 주석의 국빈방문 만찬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였다. 트럼프는 “우리 일자리를 빼앗아 간 중국 정상이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아 값비싼 만찬을 즐겨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지난해 6월 애틀랜타 대선 유세 때도 국빈만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외국 정상과의 회담을 언급하면서 “콘퍼런스룸에서 햄버거를 먹어야 한다” “비용이 많이 드는 국빈만찬은 잊어야 한다”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런 호언장담을 실천하는 것일까.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단 한번도 국빈을 초청하지 않았다는 소식이다. 1월 취임 이후 100명 이상의 정상들과 만났지만 국빈으로 초대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모두 공식방문이나 실무방문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9월 방미도 공식 실무방문이었다. 백악관역사협회에 따르면 취임 첫해의 ‘국빈초청 제로(0)’ 대통령은 1923년 캘빈 쿨리지 이후 근 100년 만이다. 린던 존슨이 임기 첫해인 1964년 한달에 한번꼴로 12명의 국빈을 초청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를 두고 미국 내에서 이런저런 분석이 나오는 모양이다. 복잡한 국내외 정세와 국빈일정을 소화해야 할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백악관 이사가 늦어진 점 등이 거론된다.
국빈초청은 말 그대로 국가가 귀한 손님을 초대해 대접하는 것이어서 협의과정이 복잡하고 비용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최상의 예우·의전에 비례해 만만치 않은 돈이 든다. 국빈과 외빈, 공식 수행원 체재비 등을 대부분 초청국이 부담하기 때문. 만찬 비용은 부대행사까지 포함하면 수억원을 훌쩍 넘는다고 한다. 통상 5억원 이상이 소요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싸다고 생각할 만하다. 그렇다고 동맹국 간 유대와 우정을 보여줄 기회인 국빈초청을 트럼프가 마냥 미루기도 힘들지 싶다. 백악관이 내년 초 국빈일정 잡기를 바란다고 했으니 누가 첫 테이프를 끊을지 궁금하다. /임석훈 논설위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