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 미군기지 이전, 코레일 부지 개발 등 초대형 개발 호재로 한껏 주목을 받았던 용산은 금융위기로 각종 우여곡절을 겪으며 ‘기약 없는 잠룡’에 머물렀다.
그러나 올해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용산 개발 사업에 대한 가닥이 잡힐 것으로 기대되면서 용산 부동산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서울시가 상반기 중으로 용산 일대 349만㎡의 개발에 대한 마스터플랜 격인 ‘용산 광역 중심 미래 비전’을 내놓고 난마처럼 얽혔던 국제업무지구 소송 2심 판결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국내 최대 객실규모를 갖춘 서울드래곤시티호텔이 문을 열고 아모레퍼시픽 사옥, 래미안용산더센트럴(주상복합), 용산푸르지오 써밋 등이 줄줄이 입주하면서 용산역 인근이 하나둘씩 재정비되는 중이다.
무엇보다 용산의 발목을 잡고 있었던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과 관련된 각종 소송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코레일 용산 사업단 관계자는 “오는 10일 철도 정비창 부지 반환 여부를 놓고 2심 판결이 예정돼 있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코레일이 승소하면 서울시가 발표하는 마스터플랜에 맞춰 국제업무지구와 관련한 구체적인 개발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법적 분쟁이 일단락될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서울시도 용산 개발사업 재개를 위해 서두르는 모습이다. 지난달 용산역 정비창 전면, 국제빌딩 주변 5구역 도시환경정비구역 변경, 한강맨션과 한강삼익맨션 재건축 계획 변경 등에 대한 도시계획안을 줄줄이 통과시켰다. 또 용산개발 밑그림인 ‘용산 광역 중심 미래 비전’을 가다듬고 있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사업진행이 느린 대규모 통합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구역별·단계별 사업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정성국 서울시 도시계획과 종합계획팀 팀장은 “용산구·코레일 등과 협의를 거쳐 마스터플랜 발표 일정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용산 개발이 서서히 진전을 보이면서 일대 주택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크게 보면 한강변을 따라 한남뉴타운부터 동부이촌동~서부이촌동으로 이어지는 한강 북변 벨트를 따라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고급 주거지가 조성되고 있다. 진척이 빠른 곳은 한강맨션·한강삼익·왕궁맨션 등 ‘동부이촌동 재건축 3총사’다. 송업용 한강맨션 조합장은 “다음달 서울시에 건축심의를 신청한 후 올 하반기에 사업시행인가 및 시공사 선정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강삼익과 왕궁맨션도 재건축 조합이 결성돼 있는 상태다.
국경호 샤인공인중개 대표는 “한강맨션은 오는 25일부터 일부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한 물건이 간간이 나오고 있지만 매물이 부족해 공급면적 103㎡의 매도 호가가 21억원까지 치솟은 상태”라고 전했다. 한강삼익 역시 연말에 매매가격이 최대 1억원 뛰었다고 국 대표는 전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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