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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고위급회담] 평창 실속 챙기고 핵엔 침묵…北 '美와 담판' 의지 재확인

■합의문 들여다보니

"비핵화 이슈 부각 땐 남측에 끌려다녀" 판단한 듯

남측이 제안한 '설 이산가족 상봉'은 포함 안돼





남북 양측은 9일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에 뜻을 모았지만 북측 수석대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의 강한 불만 제기로 비핵화 문제에서는 오히려 마찰만 빚었다. 우리 측은 ‘핵 문제는 미국과 직접 담판 짓겠다’는 북한의 의지를 재확인했을 뿐 아니라 공동보도문에 한미 북핵 공조에 균열을 초래할 수 있는 규정을 넣으며 한미관계의 난관 또한 예고했다. 우리 측이 제안한 설 이산가족 상봉은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았다.

◇비핵화 문제에 침묵한 北=우리 측 대표단은 이날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전체회의 기조발언에서 “남북이 상호 존중의 토대 위에서 협력해나가며 한반도에서 상호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한반도 비핵화 등 평화 정착을 위한 제반 문제를 논의할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 직후에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던 북측은 종결회의에서 돌변했다. 리 위원장은 종결회의에 앞서 우리 측의 비핵화 언급에 강한 불만을 표하며 공동보도문 채택을 지연시키기도 했다.

이는 북한이 북미 대화를 통해 직접 핵 문제를 담판 짓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경제신문 펠로(자문단)인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 교수는 “북한은 오래전부터 핵 문제를 북미 간 문제로 보고 남북 간 대화에서는 문제화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다”며 “그래서 이번 회담에서도 의제화하는 것을 기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여기에는 협상에서 비핵화 문제가 부각될 경우 우리 측에 끌려다닐 수 있다는 북측의 판단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평양의 지시를 받기 위해 잠시 대응을 유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평양으로 전송되는 음성을 통해 실시간 상황을 보고받았다. 앞선 접촉에서 비핵화 언급을 무시하고 있던 리 위원장이 종결회의에서 돌연 문제를 제기한 것은 김 위원장의 훈령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미 공조 균열 가능성=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워 남북 대화를 강조하는 가운데 북한이 이러한 태도를 계속 고수할 경우 향후 한미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없이는 남북관계의 진전도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금지하기 위한 어떤 것을 하지 않는다면 어떤 대화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더구나 우리 측은 공동보도문에 한미 공조에 균열을 초래할 수 있는 규정을 삽입했다. 남북 양측이 “남북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을 우리 민족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나가기로 했다”는 대목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측이 ‘남북 간 대화와 협상을 통한 남북 문제 해결’을 강조한 것은 당사자 원칙에 따라 강대국에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라며 “미국 등 외세를 배격해 대북 제재를 하지 말고 민족 공조를 하자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설 이산가족 상봉은 무산=우리 측이 제안한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은 사실상 무산됐다. 우리 측은 전체회의 기조발언에서 “설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진행하고 이를 위한 적십자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해당 내용은 공동보도문에서 제외됐다.

다만 이번 설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은 처음부터 성사되기 어려웠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측이 요구하는 탈북 여종업원 송환 문제를 단기간에 풀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이산가족 명단 교환 등 상봉에 필요한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던 탓이다. 다만 남북이 후속 회담을 이어가기로 합의한 만큼 향후 이산가족 상봉 문제가 다시 논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판문점=공동취재단·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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