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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문화계 블랙리스트 보고 받고 승인"

고법 "직권 남용에 해당"

김기춘 2심서 징역 4년 선고 받아

조윤선은 2년...6개월만에 재수감

박근혜 전 대통령. /서울경제DB




조윤선 징역 2년·김기춘 징역 4년, ‘블랙리스트 항소심 /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단체를 정책 지원대상에서 배제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항소심에서 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모 혐의를 인정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조영철 부장판사)는 23일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원심보다 1년 많은 징역 4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던 조윤선(사진)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이 선고돼 법정구속됐다. 1심에서 석방된 지 6개월 만에 다시 수감된 것이다.

이밖에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이 징역 2년,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은 각 징역 1년6개월을 받았다. 김소영 전 비서관은 집유 2년이 선고됐다. 이들은 모두 1심과 2심의 형량이 같다.



이날 2심 판결은 그동안 블랙리스트 공모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던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공모공동정범’으로 판단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농단 재판에서 관련 혐의에 대해 유죄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은 문화예술계 좌파 지원 배제를 위한 각종 조치에 관해 보고받고 승인했다”면서 “‘좌파 지원 축소, 우파 지원 확대’가 바람직하다고 선언한 데 그치지 않고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의 직권을 남용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1심은 블랙리스트 정책 시행에 소극적인 문체부 1급 공무원에 사직을 요구한 김 전 실장의 혐의를 무죄로 봤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면직 근거를 갖추지 못한 조치”라며 뒤집는 등 1심에서 무죄였던 김 전 실장의 혐의들을 대부분 유죄로 인정하며 형량을 높였다. 조 전 장관은 앞서 1심에서 블랙리스트 작성·시행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았지만 2심은 “(청와대 정무수석 시절) 지원배제에 관한 업무에 관해 인식하고 그에 관한 역할을 수행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유죄 판결했다.

조 부장판사는 “어떠한 개인이나 단체가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했다는 이유, 특정 이념·정치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해당 개인이나 단체·창작물을 일방적으로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는 것은 헌법상 문화국가의 원리와 표현의 자유,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피고인들을 질타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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