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로 여는 수요일] 비무장지대에서

민영 作





여기서 북쪽으로 눈을 돌리면

육십 년 전에 떠나온

고향 마을이 보인다.

불에 타 허물어진 돌담 곁에

접시꽃 한 송이가

빨갛게 피어 있다.

얘들아, 다 어디 있니,

밥은 먹었니,

아프지는 않니?

보고 싶구나!

육십 년 바라보아도 접시꽃은 피어 있군요. 육십 년 지났어도 접시꽃만 피어 있군요. 허물어진 돌담은 여전히 허물어진 채로 배경이 되고 있군요. 고장 난 시계처럼 그 때만, 낡은 사진처럼 그 장면만 기억의 한 켠에 박혀 있군요. 다 어디 있는지, 밥은 먹었는지, 아프지는 않은지 간단한 물음을 육십 년째 묻고 있군요. 새들은 자유롭게 비무장지대를 넘나드는데 사람의 겨드랑이에는 육십 년째 날개가 돋지 않는군요. 노시인은 더 오래 늙을 시간이 없어 보이는데요.

<시인 반칠환>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