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시장 과열의 한 축으로 강남 재건축 단지를 지목하며 초과이익환수제 및 허용 연한 강화 등으로 압박에 나섰지만 오히려 재건축사업 개시를 선언하는 단지들이 강남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재건축사업에 경고 카드를 보내고 있음에도 서울의 주요 아파트 단지들은 사업 강행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재건축 부담금 규모 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재건축을 멈출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움직임이다. 아울러 일반분양 물량을 줄이고 초고급 단지로 재건축해 초과이익을 줄이는 대신 준공 이후의 가치를 높인다는 전략 등도 나오고 있다.
1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남권 주요 단지들이 재건축 시작을 알리고 있다.
우선 강남구 개포동의 ‘개포주공5단지’와 ‘개포주공6·7단지(통합 재건축)’가 재건축에 시동을 걸었다. 이중 개포5단지는 지난달 26일 재건축 추진위원회 결성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진행했으며 오는 3월 추진위원장을 선출해 사업에 본격적인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개포5단지는 현 940가구를 1,307가구로 재건축하겠다는 방침으로 지난해 서울시에서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바 있다. 개포6·7단지도 26일 추진위 구성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열 예정이며 이후 추진위원장 선거 등을 거쳐 5월께 관할구청에서 추진위를 정식 승인받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단지는 기존 1,960가구를 2,994가구로 재건축하게 된다.
송파구 잠실동의 우성4차 역시 최근 조합창립총회를 성공적으로 끝내며 재건축사업의 난관 중 하나로 꼽히는 조합 결성 작업을 마무리 지었다. 우성4차 추진위 관계자는 “설 연휴 이후 송파구청에서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4월께 관할구청에서 조합인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주민들의 재건축 열망이 높은 만큼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이동의 올림픽선수촌 역시 다음달 재건축사업 계획을 주민들께 공개하고 의견을 모아 사업을 계속 밀고 나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다. 송파 남부권역의 주요 단지 중 하나로 꼽히는 송파동의 ‘가락삼익맨숀’ 역시 최근 초대 추진위원장을 선출하고 재건축사업에 돌입했다. 이 단지는 지난해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으며 현재 936가구를 1,650가구로 재건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들 단지에서는 정부의 압박이 사업을 중단할 만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큰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공개한 재건축 예상 부담금의 규모가 정확하지 않다는 논란이 있는데다 초과이익환수제 자체가 위헌 시비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송파구의 한 추진위 관계자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금액 등 정부에서 흘러나온 이야기 중에서 한 가지도 확실한 게 없다”면서 “정부의 눈치를 보기보다 주민들의 재건축 열망이 높은 현시점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빠르게 완성하는 것이 더 큰 이익”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순항할지 여부에서 대해서는 물음표가 따라온다. 당장 일부 단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재건축 부담금을 둘러싼 정부의 동향을 조금 더 살펴본 후 재건축을 본격적으로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들이다. 개포동의 한 재건축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주민들의 우려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일부 주민들은 사업 이익을 줄이기 위해 일반분양을 줄이고 초고급 단지로 재탄생시켜야 한다는 등의 다양한 전략 등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재건축을 진행하다 관할구청에서 재건축 부담금 예상 금액을 부과받은 후 그 액수가 클 경우 사업이 중단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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