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포츠 팬들에게 이번 설 연휴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명절 연휴가 될 것으로 보인다. 30년 만의 안방올림픽인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한창인데다 설 연휴에 금메달 전략 종목이 줄줄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15~18일 나흘간 한국 선수단에 많으면 4개의 금메달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출발은 윤성빈(24·강원도청)이다. 스켈레톤 천재로 불리는 그는 15일 오전10시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시작되는 남자 스켈레톤 1·2차 주행에 출격한다. 윤성빈은 이번 시즌 세계랭킹 1위. 월드컵 금 4, 은메달 2개를 자랑한다. 10년 가까이 왕좌에서 내려올 줄 모르던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는 윤성빈에게 세계 1위를 내줘야 했다. 윤성빈에게는 이번 올림픽이 진정한 대관식의 기회인 셈이다. 엎드려 타는 썰매인 스켈레톤에서 아시아 선수는 한 번도 올림픽 메달을 딴 적 없다. 오는 16일 오전9시30분 시작되는 3·4차 주행에서 눈부신 새 역사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공식 연습에서 전력을 다하지 않고도 2위에 오른 윤성빈은 14일 연습은 아예 걸렀다. 안방올림픽의 이점을 안고 수백 번 달려봤던 트랙이라 한 번 더 달려봤자 전력 노출만 된다는 계산에서다. 연습주행을 마친 윤성빈은 긴장감과 부담감을 얘기하는 대신 “재미있었다”고 했다.
물론 방심할 수는 없다. 1·2차 합산으로 치러지는 월드컵과 달리 올림픽은 네 번을 잘 타야 한다. 앞서 올림픽 3연패를 앞뒀던 독일 루지(누워서 타는 썰매)의 펠릭스 로흐도 11일 4차 시기에서 삐끗하는 바람에 5위로 미끄러졌다. ‘악마의 구간’으로 불리는 9번 커브에서 실수가 나왔다. 윤성빈은 “네 번 다 실수 없이 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17일은 쇼트트랙의 날이다. 여자 1,500m 심석희(21·한국체대), 최민정(20·성남시청), 김아랑(23·고양시청)과 남자 1,000m 임효준(22·한국체대), 황대헌(19·부흥고), 서이라(26·화성시청)가 동반 금메달을 두드린다. 오후7시부터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다. 13일 500m 결선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메달을 놓친 최민정은 1,000·1,500m가 주종목이다. 남자 1,000m는 우리 선수 3명이 준준결선 같은 조에 편성돼 난처한 상황을 맞았다. 4명 중 2명만 준결선에 진출하기 때문에 ‘집안싸움’이 불가피하다. 결선만큼 중요한 준준결선이다.
‘빙속여제’ 이상화(29·스포츠토토)의 마지막 올림픽 레이스는 18일 오후8시(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시작된다. 지난 세 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따낸 이상화는 “평창은 내 것”이라며 경기장 안팎에서의 생활을 어느 올림픽보다 즐기는 모습이다. 여자 500m 현재 1위는 고다이라 나오(일본)지만 이상화는 경쟁에 관계없이 후회 없는 레이스면 만족하겠다는 자세다. 물론 팬들의 관심은 올림픽 3연패. 부상에 시달렸던 지난 시즌과 달리 최근 흐름이 좋아 당일 컨디션에 따라 대기록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이날 오후8시5분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는 썰매 대표팀의 또 다른 금메달 후보인 봅슬레이 남자 2인승의 원윤종(33·강원도청)-서영우(27·경기연맹)가 1·2차 주행을 출발한다. 2015-2016시즌 랭킹 1위까지 올랐던 원윤종-서영우 조는 이후 슬럼프 조짐을 보였으나 최근 평창 트랙에서의 강도 높은 적응훈련으로 제 기량을 되찾은 것으로 전해진다. 원윤종은 “그동안 홈 트랙에서 훈련을 정말 많이 했다”며 “전 세계 어느 드라이버가 와도 내 경험과 기록으로 미뤄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메달이 결정될 3·4차 주행은 19일 오후8시15분에 시작된다.
/평창=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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