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제’ 린지 본(34)도, ‘요정’ 미케일라 시프린(23·이상 미국)도 아니었다. 평창올림픽 최고 ‘맞수열전’ 중 하나로 꼽혔던 이들이 이번 대회 단 한 번뿐인 맞대결을 펼쳤지만 금메달은 무명이나 다름없는 미셸 지생(스위스)에게 돌아갔다.
시프린은 22일 강원 정선 알파인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알파인 스키 여자 복합 경기에서 1, 2차 시기 합계 2분21초87을 기록, 지생(2분20초90)에 0.97초가 뒤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동메달은 2분22초34를 찍은 웬디 홀드네르(스위스)가 가져갔다.
본은 1차 시기로 열린 활강에서 1분39초37로 가장 빠른 기록을 냈으나 2차 시기 회전에서 맨 마지막 순번으로 나서 레이스 초반 기문을 놓치는 바람에 완주에 실패했다. 알파인 복합은 1차 시기에서 스피드 중심의 활강, 2차 시기에서 기술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회전을 한 차례씩 뛰어 합계 기록으로 순위를 정한다. 이번 대회 대회전에서 우승한 시프린은 이날 1차 시기 활강에서 6위에 머물렀으나 주 종목인 회전에서 40초52로 3위를 기록, 최종 순위를 2위까지 끌어 올렸다.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서 통산 81승을 거둔 본과 벌써 41승을 올린 시프린의 맞대결은 대회 초반 강풍이 변수가 되면서 예상보다 늦어졌다. 애초 지난 17일 여자 슈퍼대회전에서 처음 성사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여자 회전, 대회전 일정이 잇따라 미뤄져 15일과 16일 레이스를 모두 소화한 시프린이 슈퍼대회전을 건너뛰기로 했기 때문. 이어 시프린이 21일 열린 여자 활강 경기도 전날 포기하면서 본만 출전했다.
알파인 스키 개인 종목 5개(활강·슈퍼대회전·회전·대회전·복합) 가운데 본과 시프린은 이날 복합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났고 결국 시프린이 판정승을 거둔 셈이 됐다. 시프린은 이번 대회에서 대회전 금메달과 복합 은메달을 따냈고 본은 활강 동메달로 평창올림픽을 마무리했다. 무릎 부상으로 2014 소치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던 본은 2010 밴쿠버대회 이후 8년 만에 금메달을 노렸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본은 할아버지가 6·25 전쟁 참전 용사라는 점에서 한국과 인연이 있다. 우승을 차지한 지생은 월드컵 우승이 한 차례도 없는 선수지만 이날 시프린과 본 등을 따돌리고 ‘깜짝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한편 ‘스키황제’ 마르셀 히르셔(29·오스트리아)는 이날 주 종목인 남자 회전 1차 시기에서 미끄러져 레이스를 마치지 못했다. 이번 대회 복합, 대회전 금메달을 따내 ‘무관의 제왕’ 꼬리표를 뗀 히르셔는 3관왕의 꿈은 접어야 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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