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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남자들에게 물어봤습니다 ‘당신은 미투에서 자유롭습니까’

#미투에 이어 남성들이 채운 해시태그

‘당신은 미투에서 자유롭습니까’

서울경제신문 디지털미디어부에서 남성들에게 미투(#MeTOO) 운동에 대한 생각을 물었지만 상당수는 ‘유구무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뒷터뷰’ 남자들의 솔직한 대답들 ▲영상보기▲


서울경제신문 디지털미디어부는 ‘뒷터뷰’를 내걸고 남성들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상당수가 ‘유구무언’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남자는 말을 아끼는 편이 낫다는 말이었죠. 미투 운동에 대해 말을 하면 할수록 어떻게든 손해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만난 8명의 인터뷰이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20∼40대 남성입니다. 기자도 포함돼 있습니다. 먼저 이들에게 자신의 젠더 감수성(다른 성별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한 감수성)의 점수를 매겨달라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여자친구를 이해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성별을 이해하려고 한 적이 없었다는 이유로 3점을 준 이도 있었고 여자인 친구들이 많고 평소에도 이야기를 하는 때보다 듣는 때가 많기 때문에 9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준 경우도 있었습니다.



#나도_목격자였다

“대학 때 신입생 환영회가 있으면 여자 동기들에게 선배들이 걸그룹 댄스를 시켰어요. 그때 분명히 저는 여자 동기들이 싫어하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선배들 입장에서 ‘선배들이 하라는 데 잠깐 하고 넘어가면 되지’하고 말했어요”(30대 남성 A씨)

A씨는 돌아봤을 때 자기의 행동에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하는 쪽이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일어났던 일을 회상해봤을 때 여자 동기들이 싫어하는 데도 선배들의 입장을 강요한 자신도 어떻게 보면 무의식 중에 이를 받아들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기왕이면 술은 상사 옆에서 여자가 따라주는 게 좋다는 생각이 있었죠. 회식에서 자리배치를 할 때도 정해진 규칙(룰) 같은 게 있었어요” (40대 남성 B씨)

B씨 역시 자신이 사회생활을 시작한 2000년대 초중반에는 이런 분위기가 만연해 있었다고 했습니다. 자신도 불편한 점이 조금은 있었지만 다수의 목소리를 거스르는 게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히려 전체적인 흐름에 편승하는 게 조직 생활을 잘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컸다고 합니다.



#미투가_불편한_이유

“겉으로는 깨시민(깨어있는 시민)처럼 보여야 하기 때문에 함부로 입밖에 내지는 않지만 속으로는 미투 운동 역시 ‘흔히 말하는 꽃뱀 아니냐’, ‘남자가 재수없게 걸린 거 아니야’ 등의 반응이 많죠. 본인들도 언제든 미투 운동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크지 않을까요” (20대 남성 C씨)

남성들이 미투 운동에 대해 불편함을 토로하는 데는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행동이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였습니다. 특히 이 두려움은 무고죄 논란에서 혹시나 1%의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피해는 내가 입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크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인터뷰이는 무고죄는 남성들이 자신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나는 미투에서 자유로울까

“잘못을 했다고 하지 않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어렵습니다”(3O대 남성 D씨)

인터뷰에 응한 D씨는 이번 인터뷰를 여러 면에서 부끄러운 기억들을 끄집어내는 기회였다고 말했습니다. 내가 했던 혹은 했을지도 모르는 잘못들을 생각해보고 반성하는 데 무게를 뒀다고 전해왔습니다. 특히 그는 무고죄의 가능성을 염려하는 남성들을 향해 자신의 얘기를 꺼내기에 앞서 여성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했습니다.

D씨는 적극적으로 미투 운동을 통해 자신을 돌아봤지만 다시 자신의 주변에서 목격했을 때 목소리를 내기가 남자의 입장에서도 쉽지는 않은 일이라고 합니다.

“면전에 대고 아니라고 말하는 게 용기는 분명하지만 자신은 없어요”

성폭력적인 말이나 행동이 주변에서 벌어졌을 때 분위기를 깨고 잘못된 행동이라고 지적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입니다. 노력해보겠다는 생각을 전했습니다.

C씨 역시 ‘이건 잘못됐습니다’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분위기를 매끄럽게 만들면서도 해야 할 말을 하려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오히려 묻기도 했습니다.

8명의 인터뷰이에게 미투와 관련된 자신만의 해시태그를 달아달라고 요청했다. /강신우기자


이번 인터뷰를 통해 미투 운동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남성들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남성들이라고 무작정 미투 운동을 불편해하는 게 아니라 이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거나 무작정 펜스룰(Pence rule·성범죄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여성과의 접촉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을 외치는 남성중심적 사고방식에 대해 불편해하는 목소리도 있다는 걸 알게됐습니다.

/정혜진·강신우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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