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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봄' 한반도...北 민낯 직시한 '장마당과 선군정치' 주목

北전문가 헤이즐 스미스 교수

‘핵 광기’ 편견 걷고 민낯 보기

"이데올로기적 허세 중단하고

비핵화 유도 전략 개발해야"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급변하면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잇따라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북한의 민낯을 직시하면서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을 살핀 헤이즐 스미스 교수의 저작 ‘장마당과 선군정치’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런던대학교 동양아프리카대(SOAS) 연구교수로 재직 중인 스미스 교수가 쓴 이 책은 방대한 자료 조사와 인터뷰로 탄탄한 실증적 기반을 확보한 저자는 잘못된 상식과 편견의 교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북한에 대한 인식 바로 세우기를 시도한다. ‘미지의 나라 북한이라는 신화에 도전한다’라는 부제 역시 이런 취지를 명시적으로 선언한다. 세계보건기구(WHO)·유럽연합(EU)·세계식량계획(WFP) 등 다양한 기구·기관의 통계를 활용하다 보니 각주와 참고 문헌만 무려 148쪽이다.



이 책은 먼저 ‘북한은 여전히 계획경제에 강하게 의존하고 있는 나라’라는 일반의 통념을 뒤엎는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 심각한 식량 부족과 경제 리더십의 부재로 역사상 최악의 대기근을 겪었다. 100만명의 사망자가 속출한 ‘고난의 행군’이었다. ‘국가=생존을 보장하는 울타리’라는 등식이 깨진 것을 직감한 북한 주민들은 본능적으로 자력갱생의 이데올로기를 체득하기 시작했다.

개인들은 미용실·사진관·식당을 열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벌었으며 국수나 술처럼 제조법이 간단한 식품을 소규모로 만드는 가구들도 생겨났다. 이렇게 형성된 ‘장(場)마당’에서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철저히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결정됐다. 비록 북한의 시장화가 정치적 자유화로 이어지진 못했지만 경제 분야만큼은 북한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자본주의로 이행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시장의 통로가 열리고 북한 주민들의 정보 접근 기회도 확대되면서 북한 주민들은 각국의 무역상과 방북 외국인 등을 통해 책과 잡지, CD와 DVD 등을 다양하게 접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정권의 거짓 선동을 곧이곧대로 믿을 만큼 무지하지 않으며 남한과 중국에 비하면 북한의 경제력은 창피한 수준이라는 사실도 익히 알고 있다는 것이다.

오해와 편견을 걷어낸 ‘민낯 그리기’를 목표로 출발한 이 책은 “이데올로기적 허세를 중단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으면서 결론을 맺는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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