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선에서 압승을 거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024년 임기가 끝난 후에도 집권해 종신 권력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개헌을 통해 장기집권 발판을 마련한 데 이어 한반도를 둘러싼 두 강대국에서 종신 집권자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18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의 대선 승리 후 친(親)푸틴 진영에서는 푸틴이 4기 임기가 끝나는 2024년 이후에도 집권을 이어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워싱턴포스트도 19일 푸틴의 종신 집권 가능성을 시사했다.
민족주의 성향의 자유민주당(LDPR) 당수로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는 국영 TV에 “이번 선거가 마지막 선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 관영 RT 방송 편집장 마르가리타 시모냔은 푸틴 대통령을 ‘우리의 지도자’를 뜻하는 ‘보즈드(vozhd)’라는 표현을 썼다. 보즈드는 30년 넘게 집권한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부를 때 사용했던 말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푸틴 대통령이 2024년 이후에도 집권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하거나 최고국가지도자에 해당하는 새로운 지위를 만들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주석이 이번 개헌으로 국가주석 임기 제한 조항을 삭제한 것과 같은 방식인 셈이다.
한편 벌써부터 푸틴 대통령의 장기집권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은 서방이 러시아를 억압하려 한다는 국내 여론이 형성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최근 국제적 공분을 일으킨 영국 내 러시아 이중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을 비롯해 미국 대선 개입 의혹, 시리아 문제, 올림픽 도핑 스캔들 등이 모두 러시아를 억압하기 위한 서방의 공격이라는 주장이다. 러시아와 서방 간의 대결구도 속 갈등이 커질수록 푸틴 대통령의 지지도도 유지된다는 것이다.
러시아 타블로이드 신문 콤소몰크카야 프라우다는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인들이 서방에 대해 가진 “축적된 불만에 대응하라는 엄청난 요구”에서 생겨난 거대한 새 권한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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