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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인 신임 한국문학번역원장 "단순 번역기관 넘어 국어 콘텐츠 총괄役 수행할 것"

세계문학 무대서 자리잡으려면

국문학 시·공간적 범위 넓히고

판소리 등 전통 유산도 품어야

국내 소설가 30인 작품 골라

올 영문 번역판 앤솔러지 출간

작가 지원·해외공략 두토끼

김사인 한국문학번역원 신임 원장이 20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번역원은 단순히 한국 문학을 외국어로 번역하는 기관으로 역할을 한정하지 않고 한국 문학을 비롯해 한국어 콘텐츠의 총괄적 외교부로의 임무를 수행할 것입니다.”

김사인(62) 한국문학번역원장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지난 5일 취임한 김 원장은 “‘무엇이 한국 문학인가’라는 질문에서 다시 출발하려고 한다”며 “공간적으로는 북한을 포함해 한반도 전체 그리고 해외 동포 문학까지, 시간적으로는 서구식 현대문학 이전의 전통 유산 전체로 대상을 확대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시간적으로는 서구식 현대문학이 이 땅에 유입된 이래 통용되고 있는 시·소설, 희곡, 비평식의 삼분법 문학을 넘어 100여년 전 한국 문학의 총체, 전통시대 한국 문학의 유산 전체로 심화시켜야 한다. 판소리나 시조·훈민정음 이전 구비문학의 전통 같은 것까지 깊이 다뤄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세계문학의 무대에서 한국 문학이 깊은 울림을 갖는 것으로 자리 잡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1996년 설립된 번역원 사상 한국 문학 전공자로는 처음으로 수장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대전고등학교, 서울대 국문학과, 고려대 대학원 국문학과를 졸업한 시인으로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를 지냈다.

번역원의 올해 주요 사업 중 하나는 영문판 한국 문학 앤솔러지(작품집) 출간이다. 하반기 중으로 국내 소설가 30명의 작품을 영문으로 번역하고 이를 미국 코넬대 동아시아시리즈출판부에서 총 3권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번역원 측에서 소설과 시·희곡·비평 등 100여편을 선별해 코넬대 측에 제공했고 코넬대에서 우선 소설 30편을 골라 출간 작업이 진행됐다. 앤솔러지에는 최찬식의 ‘해안’, 홍명희의 ‘임꺽정’, 김동리의 ‘황토기’, 김승옥의 ‘무진기행’, 은희경의 ‘빈처’, 공선옥의 ‘술 먹고 담배 피우는 엄마’, 김소진의 ‘개흘레꾼’, 배수아의 ‘푸른사과가 있는 국도’, 편혜영의 ‘시체들’ 등이 수록된다. 김 원장은 “앤솔러지 발간은 장기적으로는 당대 작가를 지원하는 방법인 동시에 해외 독서 시장의 독자들이 선호하는 취향에 대한 지원을 게을리하지 않는 한국 문학 사업의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번역원은 올가을 열리는 서울국제작가축제의 규모를 확대하고 번역가들의 작업공간인 ‘번역의 집(가칭)’을 만드는 한편 한국 문학을 해외 시장에 소개할 에이전시들과의 네트워크도 구축할 예정이다. 한강이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도 그의 작품인 ‘흰’이 맨부커상 후보에 오를 만큼 한국 문학에 대한 해외 독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번역원의 역할 확대에 대한 기대감 역시 높다. 그러나 번역원의 예산은 90억원으로 사업 확대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예산을 확정해 아직 문화체육관광부에 올리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낙담했다”며 “경상비로 27억~30억원이 나가는 상황인데다 해외 파견 문인 지원, 번역 아카데미 등 여러 사업을 동시에 해야 하는데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예산이 현재의 2~3배쯤으로 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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