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청와대가 독단적으로 기획해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과 교육부, 관변단체 등을 총동원해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비밀TF(태스크포스)를 운영하고 국정화 반대 학자를 학술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등 많은 위법 행위가 저질러진 사실이 파악됐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는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조사위는 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국정화를 결정해 추진했고 김 전 실장 후임인 이병기 전 비서실장과 당시 교육문화수석 등이 위법·부당한 수단과 각종 편법을 동원해 강행했다고 결론 내렸다.
조사위는 국정화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작 ▲비밀TF 운영 ▲국정화 행정예고 의견서 조작 ▲청와대 국정화 홍보비 부당 처리 ▲교과서 편찬·집필 과정 부당 행위 ▲국정화 반대 학자 학술연구지원 배제 등 불법 행위가 이뤄진 사실을 파악했다. 이에 따라 이병기 전 비서실장과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김정배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전·현직 교육부 공무원, 민간인 등 25명 안팎에 대해 직권남용과 배임, 횡령 등 혐의로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실장은 수사 및 감사의뢰 대상에서 일단 제외했으며, 감사원 협의를 거쳐 수사 의뢰 대상을 확정한다.
진상조사위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교과서 편찬과 내용 수정 등 세부 사안까지 일일이 개입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2015년 10월 전국역사학대회에서 사전 대응을 지시했고, 교육부는 올바른 역사교과서 지지 교수 모임 성명서 발표, 보수 학부모단체 집단행동을 계획했다.
국정화에 반대한 학자는 한국연구재단 학술연구지원에서 배제된 반면 국정화 지지 학자는 대부분 지원 대상에 선정됐다. 2015년 11월 국정화 행정예고 의견수렴 과정에서 허위 찬성의견서 4만여장이 마감일에 ‘차떼기’로 무더기 제출됐고, 국정교과서 홍보비의 절반가량인 12억8,000만원이 부적절하게 사용된 사실도 파악됐다. 교육부는 청와대 지시에 동조 또는 침묵하면서 국정화 논리를 홍보했다. 국사편찬위, 동북아역사재단 등을 동원해 실무를 뒷받침했고 국정화 찬성 언론 기고문 기획과 대필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상조사위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국가기관을 총동원해 역사교과서 편찬에 개입한 반헌법적, 불법적 국정농단 사건’으로 규정했다. 조사위는 “유사한 일을 막으려면 초등 국정교과서 교과서 발행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며 “역사인식 차이가 공론의 장에서 활발히 논의되도록 역사교육을 토론과 논쟁 중심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상헌인턴기자 ar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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