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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결혼과 출산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노벨경제학상을 수상(1992년)한 게리 베커는 결혼·출산 등 가족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다 보니 노벨상을 받을 때도 몇몇 여성그룹이 베커의 연구를 반여성적이라고 비난했고 수상식장에서 피켓 시위를 할지 논의했다고 한다. 베커는 결혼의 목적을 부부 공동의 소비 극대화로 봤으니 1970년대 당시에는 이단으로 취급받을 만했다. 하지만 이런 ‘불편한 진실’을 시도한 덕분에 이후 결혼·동거·이혼 등에 관한 경제적 분석이 가능하게 됐다.

베커는 결혼하는 이유를 특화와 분업으로 봤다. 소득을 많이 받는 남성은 돈 버는 데 전념하고 여성은 가사에 특화해 부부의 총소득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소득이 높은 남성과 가사에 전업하는 여성이 결합하면 효용이 높아지며 고소득 여성은 결혼 유인이 작아진다. 하지만 여성이 대거 노동시장에 들어와 소득이 높아지면서 전통적인 결혼구조가 변하게 됐다.

여성의 소득이 증가하면 결혼에서 여성의 협상 능력이 증가하게 돼 자신이 원하는 배우자를 찾는 데 충분한 시간을 투입해 탐색할 여유가 생긴다. 탐색기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레 동거가 증가하고 결혼연령이 늦어지게 된다. 지난 1980년대부터 서구에서 동거가 주요 혼인 형태로 자리 잡은 것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요즘 서구에서는 비혼 출산율이 50% 전후에 육박한다. 반면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동거 문화도 없고 혼외 출산 문화도 없다 보니 비혼·만혼(晩婚)·저출산이라는 특징을 나타낸다.



우리나라는 1990년에 여성 대학진학률이 32%였으나 2005년에는 81%로 급등하고 2017년에도 73%에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대학진학률의 남녀 간 비중을 보면 1990년에는 남성과 여성이 55대45였는데 2017년에는 49대51로 여성이 좀 더 높다. 자연히 남성취업률과 여성취업률은 1990년 각각 75%, 52%로 남성이 훨씬 높았으나 2005년에는 62%와 60%로 비슷해지더니 급기야 2017년에는 각각 55%, 59%로 20대 여성취업률이 남성취업률을 추월했다.

이러다 보니 여성이 첫째 아이를 출산하는 연령이 1997년 26.9세에서 2017년에는 31.6세로 4.7년이 늦어졌다. 연령대별로 출산현황을 보면 2007년에는 25~29세 여성 1,000명당 96명을 출산했으나 2017년에는 48명으로 무려 48명이 감소했다. 30~34세 여성의 경우 101명을 출산했으나 2017년에는 98명으로 3명 감소했다. 반면 35~39세 여성은 26명에서 47명으로 21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05명이라고 한다. 한 세대마다 출산인구가 절반씩 줄어든다는 뜻이다. 미래의 출산아 수는 A4용지를 반씩 접어보면 된다. 급속한 경제·사회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각 방면에서 압축 성장을 했다. 소득은 유엔 데이터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증가했고 여성의 사회진출도 무서우리만치 짧은 기간에 급속도로 이뤄졌다. 이에 따라 결혼도 특화와 분업이라는 유인이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다. 빠른 변화를 인프라 구축이 따라주지 못한 것이 당연한지 모른다. 산업화 시대에 경부고속도로를 깔았듯이 출산에도 선제적인 인프라 구축을 해야 한다. 다만 무차별적인 물량 공세보다는 경제적 유인에 따른 선별적 공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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