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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당신의 부탁’ 임수정, 기형적 가족형태서 ‘그렇게 어머니가 됐다’

‘당신의 부탁’에는 갖가지 ‘엄마들’이 등장한다.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혈육관계의 엄마’만이 아닌, 관계를 맺는 모든 이들이 누군가의 ‘엄마’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지만 이 영화에선 피보다 진한 ‘정’을 언급한다.

사진=CGV 아트하우스




영화 ‘당신의 부탁’(감독 이동은)이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당신의 부탁’은 사고로 남편을 잃고 살아가는 32살 효진(임수정) 앞에 남편(김태우)의 아들 16살 종욱(윤찬영)이 갑자기 나타나면서 두 사람의 좌충우돌 동거를 그린 영화. 경제적, 상황적으로 여의치 않은 효진을 모두가 만류하지만, 효진은 자신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종욱의 ‘엄마’가 되기를 자처한다.

누군가에게 그다지 살갑지도 않았던 효진은 어떻게 종욱과의 동거를 단번에 결정했을까. 그저 종욱에게서 죽은 남편의 모습을 봤다는 이유로 아들을 거둬들이는 효진을 보면, 논리적으론 설명할 수 없는 ‘가족’이란 의미가 경이롭게 다가온다. 특히 ‘당신의 부탁’에서는 흔히들 ‘비정상’으로 치부하는 가족형태들을 다뤄 혈연지간만이 ‘가족’을 성립시키는 조건은 아니라는 논점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현대사회에서 ‘당신의 부탁’이 주는 의미는 통렬하다. 우리는 물질적으로 풍족할지 몰라도 정신적 교감은 피폐해졌다. 영화에서는 이런 현상의 이유로 단절된 관계 탓을 든다. 사람 사이의 정신적인 연결고리가 또 다른 의미의 ‘가족’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사진=CGV 아트하우스


이 영화에는 다양한 ‘엄마들’이 등장한다. 남편과 다른 여자의 자식을 아들로 둔 ‘법적 엄마’, 아들과 생이별해야 했던 ‘친엄마’, 갓 아이를 출산한 ‘초보 엄마’, 딸을 위한 걱정으로 잔소리를 멈추지 않는 ‘기성세대의 엄마’, 뜻하지 않게 임신한 ‘미성년 엄마’, 아이를 가질 수 없어 선택한 ‘양모’까지 현실에선 생각보다 많은 ‘엄마’의 양태가 존재함을 알려준다. 이 ‘엄마들’의 이야기는 1인 가족, 다문화가족, 입양가족 등 전통에서 다변화된 가족형태와 문제를 생각게 한다.

그런 착안에서 볼 때 ‘당신의 부탁’은 ‘걸어도 걸어도’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태풍이 지나가고’ 등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세계관과 유사하다. ‘환절기’ 때부터 섬세한 시선으로 가족영화를 만든 이동은 감독은 기형적 가족형태에서 공감의 정서를 이끌어낸다. 억지 감정 동요를 유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칭찬할 만하다.



이번 작품으로 첫 엄마 역할을 맡은 임수정은 남편의 사별과 법적엄마로서 부담을 떠안는 효진을 통해 ‘무경험의 인물’을 연기했음에도 섬세한 감성을 자랑한다. 더욱이 냉정한 타인과 따스한 엄마의 경계선을 보여줘야 했는데, 손색없이 감정선을 이어갔다.

‘당신의 부탁’은 배우 윤찬영의 발견이기도 하다.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인 윤찬영은 엄마가 필요한 사춘기 아들 종욱으로 분해 또래가 겪을 상실감과 고민을 무언의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전달한다. 깊은 내면 연기도 소화 할 수 있는 유망주다. 서신애의 ‘10대 엄마’로서의 고민도 현실감 있다. 예비 엄마 미란 역의 이상희는 효진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절친으로 사이다 충고를 날려, 영화에서 가장 크게 분위기 전환 역할을 한다.

누구에게나 ‘엄마’는 있다. ‘당신의 부탁’은 익숙하지만 누구에게는 낯설 수 있는 ‘엄마’의 의미를 독특하면서도 보편적인 따스함으로 전한다. 4월 19일 개봉.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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