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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선배의 갑질은 싫어" '소확행' 동아리로 향하는 청년들

연어 남김없이 먹는 동아리 '소확행'을 찾는 대학생들

'기수제', '꼰대문화' 등 전통이라는 이름 하에 얼룩진 교내활동

정신적, 신체적으로 지친 청년들이 늘어난 것도 한 영향

"답이 없는 사회구조 속에서 주체성을 확보하려는 노력"

연어 동아리 활동 사진 /동아리 ‘연남동’ 페이스북 제공




# 대학생 A(23) 씨는 최근 연어 동아리 활동에 푹 빠져 있다. 다소 생소하지만 연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연어 맛집을 찾아다니고, 관련 물품을 만드는 활동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가장 큰 매력은 자유롭고 부담이 없다는 점이다. 카톡방에 수시로 번개 공지가 올라와 참여하고 싶은 날에 참석하면 된다. 큰 변화나 도전을 추구하지는 않지만 큰 만족감을 느낀다.

최근 이른바 ‘소확행(小確幸·작지만 확실한 행복)’ 동아리가 청년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기수제, 꼰대문화 등이 존재하는 기존 동아리에 대한 불신과 취업난에 의한 청년들의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가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소확행은 취업이나 결혼 등 크지만 성취가 불확실한 행복을 좇기보다는, 일상의 작지만 성취하기 쉬운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경향을 일컫는 말이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한 수필집에서 최초로 쓰인 용어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2018년도 10대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꼽혔던 사회 현상이다.

한 대학생이 동아리 선배들로부터 구타당했다며 페이스북 페이지 ‘홍익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올라온 글과 사진 /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소확행을 추구하는 동아리가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기존 동아리에 대한 반감이다. 최근 학생들은 굳이 교내 동아리에 가입하려고 들지 않는다. 엄격한 규율에 의한 기수제, 꼰대문화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악습이나 폐습을 이어오는 사례도 많이 목격됐다.

지난 3월 서울 홍익대 응원단의 전 수습단원들이 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에 오랫동안 이어진 내부 악습과 부조리를 고발하며 큰 파장을 불러왔다. 전통과 훈련 이라는 미명 아래 동아리 내에서 선배 기수를 암기하는 시험을 치고 새벽에 불러내 폭언을 동반한 기합을 주는 등의 행위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 D 대학교에서는 교내 동아리에서 신입회원들에게 강요한 젊은 꼰대질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동아리방 소파에 높은 학년 학생만 앉을 수 있다거나 선배와의 연락 중에는 절대로 먼저 끊어서 안 되는 등 개인의 일상생활까지 간섭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기수제로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눈치 보면서 활동하다가 탈퇴했어요.” 한 대학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동아리 기수제에 불편함을 털어놓은 글에 많은 수의 추천과 댓글이 달리며 많은 학생들의 공감을 샀다. ‘소확행’ 동아리 문화는 확연히 다르다. 특정 목적을 위해 엄한 위계질서를 강조하던 기존 동아리와 달리 개인의 생활을 중요시한다. 모임 참가도 강요하지 않고 개인 선택에 맡긴다. 학업이나 아르바이트 시간을 뺏기는 부담 없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는 점에 특히 더 만족한다.

요리 동아리 활동 사진 / 동아리 ‘다이닝’ 페이스북 제공




대학생 B(24) 씨 역시 교내 스키 동아리에 가입한 지 오래지 않아 탈퇴를 결심했다. 빽빽한 일정과 강도 높은 훈련 등으로 자신의 학업 생활과 병행하는 것은 무리였기 때문이다. 대신 새로 들어간 요리 동아리에서 힐링의 시간을 보낸다. 한 달에 네 번 열리는 요리 수업에 참석하고 가끔 마음이 맞는 회원들을 만나 식도락 소풍도 즐긴다.

취업난에 따른 청년들의 정신적 스트레스·신체적 고통도 ‘소확행’이 유행하는 이유 중 하나다. 현실 문제로 고통 받는 청년들은 새로운 취미를 가질 여유가 점점 더 없어지고 있다. 그 대신에 청년들은 일상의 행복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정신적 질환을 호소하는 청년 수 /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사진=이미지투데이


지난해 12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대 우울증 환자는 지난 2012년 5만2,793명에서 2016년 6만4,497명으로 22.2% 증가하며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20대 공황장애 환자도 2012년 8024명에서 2016년 1만3,238명으로 65%나 증가했다.

정신은 물론 몸도 병들어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소하 의원(정의당)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통계정보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6년 20대 경추질환 환자는 15만8,000명으로 2012년(12만4,000명)보다 무려 27.7%나 증가했다. 최근 5년 동안 근골격계 질환과 소화계 질환, 정신건강 질환 등 일부 질환에서도 20대 환자의 증가율이 노인층을 제외하고 가장 높게 나타났다. 20대 척추질환 환자는 13%나 증가해 30대(4%)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전문가들은 소확행 현상에 대해 답답한 청년들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오세일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청년 세대는 일상생활 안에서 사소하지만 의미 있는 것들을 발견해내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며 “최근 높은 실업률, 비정규직 문제 등의 희망을 찾기 힘든 사회 구조에서 청년들이 더 이상 거대담론을 좇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상헌인턴기자 ar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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