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중 익힌 컷 패스트볼(커터)로 오른손 타자 몸쪽을 날카롭게 찔렀고 올 시즌 전 연마한 새로운 커브로 연방 타이밍을 뺏었다.
류현진(31·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학구파 괴물’의 저력을 2경기 만에 증명해냈다. 선발 잔류 위기설이 피어오르던 시점이라 더 영양가 높은 호투였다.
류현진은 11일(한국시간) 오클랜드와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다저스타디움 홈경기(4대0 다저스 승)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거뒀다. 평균자책점도 7.36에서 2.79로 확 끌어내렸다. 이날 허용한 안타와 볼넷은 각각 단 1개뿐. 이사이 삼진을 8개나 뺏었다. 제구가 흔들려 3⅔이닝 5피안타 3실점 했던 지난 3일 첫 등판(애리조나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오클랜드는 일본의 ‘투타 겸업 괴물’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이틀 전 7이닝 1피안타 12탈삼진 무실점으로 봉쇄했던 팀. 국내 팬들에게 류현진의 눈부신 투구는 그래서 더 반가운 소식이었다.
5선발은 팀 사정과 다른 선발투수들의 컨디션에 따라 일정이 들쭉날쭉하다. 류현진도 등판이 9일에서 12일로, 다시 11일로 바뀌었다. 현지에서는 이날 투구 내용에 따라 선발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시험대에 오른 류현진은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바라던 모습을 완벽에 가깝게 보여줬다. 1피안타 경기는 선발 83경기 등판 중 통산 두 번째. 2017년 8월7일 뉴욕 메츠전 7이닝 1피안타 무실점 이후 처음이다. 6이닝 이상 투구에 비자책점 경기는 10번째.
부모와 ‘새댁’ 배지현씨의 현장 응원 속에 류현진은 커터와 회전수를 늘린 커브로 칼날 제구를 뽐냈다. 1회초 1사 후 맷 채프먼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이때가 사실상 처음이자 마지막 위기였다. 커터를 승부구로 던져 후속타자 둘을 내리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운 류현진은 이후 세 번의 탈삼진도 커터로 잡아냈다. 그는 지난 시즌 중 사이영상 수상자 댈러스 카이틀(휴스턴)의 투구 영상을 찾아보며 커터를 배웠다. 중반 이후 오클랜드 타자들이 커터를 노리고 들어오자 이번에는 체인지업으로 허를 찔렀다. 총 90개 투구(스트라이크 60개) 중 커터가 25개, 커브는 15개, 체인지업은 12개였다. 회전수 높은 커브와 기존의 붕 떠서 들어오는 커브가 예측불가로 번갈아 들어오자 타자들의 판단은 더 혼란스러워졌다. 다저스 타선은 1회에 1·2번 타자가 연속 홈런을 터뜨리는 등 홈런 3방으로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9번 타자’ 류현진도 1타수 1안타 1볼넷을 올렸다.
경기 후 류현진은 “볼넷 허용을 가장 싫어하는데 지난 경기에서 5개를 내줬다. 22년간 야구 하면서 밀어내기 볼넷도 처음이었는데 그래서 오늘은 공격적으로 던졌다”며 “다양한 구종을 섞어 던졌고 제구가 잘 됐다”고 말했다.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이 자기 공에 확신을 가지고 던졌다”고 했고 AP통신은 “류현진은 1회 볼넷 이후 탈삼진 6개를 곁들여 13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했다”고 칭찬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