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의 의제로 종전선언이 거론되고 있는 것에 대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먼저 북한에 종전선언을 제안한 뒤 평화체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 교수는 1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세종국가전략포럼에 발제자로 나서 “북한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역시 평화체제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종전선언이 꼭 지금 필요한가에 있어서는 적극 찬성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제안하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제안하게 만들고 구체적 평화체제 논의를 그다음에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김 교수는 우리 정부의 역할과 관련해 “중매자는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면서 “남북·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성과가 나온다면 모든 공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줘도 좋다”고 강조했다. 북한에 제공할 당근과 관련해 일각에서 미국의 평양대사관 설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김 교수는 “아직 앞서 가는 것 같다”며 “평양과 워싱턴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방안은 적극적으로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발제자인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미국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를 계속 요구해왔는데 북한이 그걸 수용할 의사가 없다면 먼저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했겠느냐”며 북미수교와 평화협정, 대북제재 전면 해제, 한미훈련 중단 또는 축소 등 ‘큰 보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정 실장은 비핵화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도 연임 보장이 없고 문 대통령도 임기 내 신경제지도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비핵화를 조기에 달성해야 한다”면서 “핵무기 신고와 폐기를 동시에 진행해 시간을 줄이는 창의적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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