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MBC ‘PD수첩’은 조계종의 큰스님인 설정 총무원장과 현응 교육원장의 비위를 정조준한다고 예고했다. ‘PD수첩’은 설정 총무원장, 현응 교육원장을 둘러싼 숨겨진 처와 자식, 학력 위조, 사유재산 소유, 성폭력 등 불교계 큰스님들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들을 파헤쳤다.
서울서부지법 제21민사부는 5월 1일 방송금지 가처분 선고 공판에서 MBC ‘PD수첩’을 상대로 한 조계종의 방송금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했다.
이에 대해 조계종 측은 방송이 사실이 아니라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을 수 있고, 조계종 전체의 이미지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법원에 방송금지를 청구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조계종의 주장이 이유없다며 방송금지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먼저, 법원은 조계종의 소송 당사자 적격성을 부정했다. 설정, 현응의 개인 비리를 다루는 프로그램에 대해 왜 설정, 현응 당사자가 아닌 관계도 없는 조계종이 소송을 제기하느냐는 판결이다.
법원은 “조계종은 이 사건 프로그램에서 구체적인 의혹의 당사자가 아니고, 단지 그 당사자가 소속된 종단에 불과한 바, 이 사건 프로그램으로 인하여 조계종의 명예권 등이 일부 침해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간접적인 침해에 불과하거나 그 침해 정도가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판시했다.
법원은 ‘PD수첩’ 방송의 공익성도 인정했다. 법원은 “MBC는 조계 종단의 총무원장이나 고위 승려들의 비위행위에 관한 의혹 제기를 통하여 조계종 종단의 투명성 및 도덕성 향상이라는 공익적인 목적을 추구하고자 한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사법부는 ‘PD수첩’의 취재가 근거 없는 막연한 의혹제기가 아니라, 치밀한 취재를 통해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PD수첩’이 “프로그램에서 객관적 및 주관적 자료들을 나름대로 상당히 수집하였고 이를 근거로 제시”하였다고 인정했다.
또한, 사법부는 ‘PD수첩’이 충분한 반론기회를 부여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PD수첩’이 ”조계종을 포함하여 설정, 현응에게 반론의 기회를 부여하였다고 보이고, 그럼에도 조계종 및 설정, 현응 스님 등이 반론기회에 응하지 아니하였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사법부는 “표현행위에 대한 사전억제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검열을 금지하는 헌법 제21조의 취지에 비춰 엄격하고 명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허용한다”며 “‘PD수첩’ 프로그램의 전부 또는 일부의 방송을 금지시켜야 할 정도로 허위성이 있거나 프로그램이 공공의 이익이 아닌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표현의 자유 수호에 무게를 두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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