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주한미군 관련 논란을 일으킨 문정인 외교안보특보에게 ‘경고’ 카드를 꺼내 들었다. 비핵화 합의에 전력을 모으는 중대한 국면에서 문 특보의 입장이 자칫 혼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문 특보는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30일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문 대통령은 2일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의 문제로,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문 특보에게 전화를 걸어 이 같은 문 대통령의 입장을 전하면서 “대통령의 입장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문 특보에게 이 같은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은 현 국면이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가 성공적인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 등의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 기로에 선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취임 후 가장 긴 시간인 1시간 15분 동안 통화하며 김 위원장과의 회담 성과를 설명하고 향후 비핵화 로드맵을 논의하는 등 긴밀히 소통했다.
강력한 한미 동맹을 통해 북미 정상간 회담 단계까지 상황을 끌어온 문 대통령으로서는 문 특보의 기고문이 단순히 한미 관계뿐만 아니라 비핵화 프로세스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싱가포르 언론과 인터뷰에서 “우리가 전시작전권을 행사해도 한미 연합방위능력을 유지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며 “주한미군은 대북 억지력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평화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남북정상회담 당시 양 정상 간에 주한미군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자신의 입장과도 반대되고 비핵화 협상에서도 거론되지 않은 문제를 이슈화함으로써 혼란을 야기한 문 특보에게 문 대통령도 이번만큼은 단호한 조치를 취하고자 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불필요한 혼선이 빚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게 저희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문 특보가 개인적인 소신을 밝혀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문 특보는 지난해 6월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와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에는 청와대가 한미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을 전달했을 뿐 문 대통령이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그때와 달리 문 특보의 이번 기고문에 대통령의 입장을 밝히면서 직접 ‘옐로카드’를 든 것은 유사한 사례의 반복을 차단하겠다는 뜻과 더불어 문 대통령이 현재의 비핵화 국면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준다는 해석도 함께 나온다.
/장아람인턴기자 ram101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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