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경제규모 3위인 이탈리아에서 사상 처음으로 포퓰리즘 정부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총선 이후 두 달째 제자리걸음을 해온 연립정부 구성에 최대 걸림돌이었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어깃장을 놓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정부 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7월 재총선과 중립정부 구성 얘기까지 나오며 혼란스러웠던 이탈리아 정계가 반체제정당과 극우정당 간 결합이 현실화되는 쪽으로 반전되는 모습이다.
9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우파연합의 전진이탈리아당(FI)을 이끄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이날 성명에서 “동맹당이 주도하는 오성운동과의 연정을 존중할 것”이라며 “이에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선결 조건을 달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동맹당과 오성운동 간 연정이 우파연합의 종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지방 차원에서 동맹당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지난 3월4일 총선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우파연합과 단일정당으로 선두를 달리는 오성운동이 손을 잡아 우파·포퓰리즘 정부 탄생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하지만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거취에 대한 양측 간 입장차로 협상이 결렬되며 연정 구성이 지지부진해졌다. 결국 두 정당의 결합을 가로막아온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물러서겠다고 전격 선언함에 따라 오성운동과 동맹당 간 공동정부 구성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루이지 디마이오 오성운동 대표와 마테오 살비니 동맹당 대표는 이날 로마에서 만나 오성운동과 동맹당의 연정 가능성을 조율하기 시작했다. 특히 두 사람이 새 정부 구성에 필요한 협상을 위해 24시간을 추가로 달라고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요청함에 따라 당초 이날 중도내각을 이끌 총리를 발표하려던 대통령실도 총리 지명 계획을 보류했다.
연정에 따른 총리가 누가 될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최대 정당의 수장인 자신이 당연히 총리 후보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디마이오 대표는 6일 살비니 대표가 원할 경우 공동 총리 후보를 허용할 의향이 있다고 한발 양보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협상 결과가 주목된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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